브런치북 한주소회 05화

직장생활 고충 조각글

어떤 부채감에 대하여

by 염미희


1. 걱정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의 마음에 머물던 걱정은 어제의 마음에 갇히고, 그렇게 끝난다. 그런 걱정들은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 가닿으면 다시 발현된다. 나는 가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생각한다. 그때 네가 나에게 좀 친절했다면 아니면 내가 내민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았으면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가정일 뿐 아마 돌아가도 잡지 않을 걸 아니까.

1-1. 어떤 이야기들은 계속 마음에 남아 또 다른 이야기들로 인하여 다시 확장된다. 그래서 가끔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은 늘 마음에 품고 지낸다. 그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자꾸 좋은 방향으로 확장되니까,,

2. 퇴근 후 일상이 기타와 영어공부, 운동하기로 루틴화가 되어간다. 좋아하는 글쓰기도 매일 하고 싶은데 매일 의무적으로 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순간이 가끔은 버거워질 것 같아 시간을 만들어서 쓰자! 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있을 때 집중해서 잘 써보자고 약속했다.(나랑..)

2-1. 기타는 감사하게도 의무감이 들지 않는 취미이다. 가서 기타를 튕기고 있으면 베짱이 같기도 하고 1년 뒤의 내 모습이 상상이 돼서 빠지고 싶지 않다. 원장님이 자꾸 1년 뒤에 엄청 잘 칠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진짜 1년권 끊으려다 참았다. 잘 참은 것 같다..

3. 교육을 받으면서도 반복되는 범죄에 대해서 할 말은 늘 많다. 나는 사실 가끔 이게 변하긴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버티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사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했다. 버티고 나니 병이 났지만 그래도 나는 가끔 여기에 남는다는 것에 대해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겪은 일들이 가끔 나의 발목을 잡는다. 뿌리치고 싶어도 어딘가에 박혀서 이곳을 좀 먹는 쓰레기 같은 것들 때문이다.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 누구는 나에게 잔다르크라도 되냐면서 비꼬기도 하고 뭘 할 건지 묻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영원히 물갈이가 되지 않을 어떤 곳에 서있다. 그럼에도 언젠가 어떤 흐름이 물결이 되지 않을까 하며. 작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서.

4. 오랜만에 선배와 밥을 먹었다. 선배는 시간을 내주셨고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내내 웃었다. 선배는 나에게 자꾸 칭찬을 해주고 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선배를 만나고 돌아오면 유난히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든다. 선배가 이 조직을 떠나면 되게 허전할 것 같다. 가끔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있다. 매번 힘들 때마다 고백하듯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를 보면, 선배도 함께 울어주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선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또 선배는 나를 되게 좋은 사람으로 추켜세워주시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선배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나도 나쁜 생각 많이 안 하고 자꾸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고. 어떤 지향점이 사라지면 나는 걷던 길에서 또다시 서서 다른 이정표를 찾겠지. 근데 그 이정표를 빠르게 찾을 수 있을는지는, 있긴 할는지 늘 의문이다.

5. 나는 너의 자랑, 너는 나의 자랑. 언젠가 떠오른 문구였는데 내가 좋아하게 된 문구. 적어도 저 문구를 늘 마음에 품고 있으면 부모님의 자랑일, 친구의 자랑일 누군가의 자랑일 나는 어떤 때는 좀 더 조심하거나, 또 어떤 방면에서는 좀 더 담대해진다. 좋은 문구니까 마음속에 품으세요.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늘 되뇌면 힘이 나!

6. 언어폭력의 대물림이 그 주제이다. 대물림 아니고 대물림이 맞다. 사소하지만 쓸모있는 것들을 배워나가는 하루하루.

7. 좋아하는 아저씨 두 명을 봤다. 전속 가는 날 날 그렇게 울린 그분은 나를 보며 되게 반가워해줬다. 진짜 밥 한 끼도 못 먹어서 나 엄청 울려놓고는! 왜 여기 앉아있냐면서 영 섭섭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그분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잘 지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더벅머리 염소위가 아니라 사람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염대위로. 그래서 재작년에 좀 열심히 했었다. 어리바리 맨날 장난만 치는 소위에서 이제 좀 어른다운 대위로 보이려나 싶었는데 떠날 때까지 이야기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밥 한 끼 못 먹은 게 못내 아쉬워서 그렇게 악수를 하며 펑펑 울었다. 그래도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나 잘했었다고 말해주신다고 하니 위안은 됐다. 마지막 날 겨우 해주신 칭찬이 전속가시면 행사, ㅈㅎㄱ업무는 는 누가한대 큰일 났네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은 못할 것 같은데, 이거였다. 근데 진짜 아쉽긴 하다. 다시 그렇게 근무하는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닌데 그렇게 1년이 흐지부지.. 지나간 것을 떠올려보면 아쉬움이 더 큰데 이게 맞냐고

7-1. 그리고 내가 작년에 되게 좋아했던 H 아저씨. 사람들은 나와 그분이 상극일 거라면서 미리 노파심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그런데 그분은 고맙게도 내가 추진하려는 방향을 딱 알아봐 줬고, 함께 이끌어주셨다. 내가 상상하는 그림을 말로 내뱉으면 그걸 같이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가끔 그분에게 언제 한번 같이 뛰시죠?라고 말했다. 나는 약속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꾸 어떤 약속을 하고 난 이후에 지켜지지 않은 것들은 자꾸 마음에 남아, 어떤 부채감을 만들어냈었으니까. 근데 진짜 같이 뛰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또 바쁘다는 핑계로 날이 춥다는 핑계로 미뤄진 약속은 결국 또 언제 지켜질지 모르게 되었다. 여러 부채감을 주었던 아재 두 명은 이제 나 없는 곳에서 또 열심히 근무하시다가 전역을 하시겠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언젠가 밥 한 번 먹어요. 의미 없을 수 있는 약속을 굳이 하는 이유는 마음에 쌓인 부채감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서!


8. 쪼개고 나누고 다시 합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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