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주소회 16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이 글을 읽고 긁히면 똑바로 사세요.

by 염미희


며칠 전에 취미에 대해서 묻는 거다. 퇴근하고 무얼 하니라고 묻길래 저는 필라테스도 하고요, 기타도 칩니다. 글도 가끔 씁니다. 하니 상대방은 진짜 재미없게 산다고 말을 하는 것.. 그러면서 본인은 골프도 치고 밤에는 술을 즐긴다고 했다. 근데 그 말을 듣는데 처음에는 약간 어쩌라고..? 싶었다. 내가 이래서 이 사람이랑 밥을 먹기 싫었는데 4개월 내내 너는 선배가 권하는데 약속을 안 잡냐?라고 물어 그냥 빨리 먹고 치우자, 하고 식사를 처음 한 날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연애와 결혼이다. 너는 다 알지? 묻길래 어떤 것을.. 하니 본인이 돌싱이란다. 15살이나 많은 선배의 가정사는 궁금하지 않은데 가정사를 풀어놓는 꼬락서니를 보니 대충 각이 나온다. 너는 다른 사람 정보를 볼 수 있어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말하길래 그 상황도 어이없었다. 내가 왜 굳이? 나는 진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좀 신기하다. 나는 진짜 내가 뭘 하고 뭘 먹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를 고민하지 굳이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이 궁금하지 않기 때문. 가끔씩은 조직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꾸 사람들을 믿곤 하는데 어떤 때에는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변화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단념하게 된다. 교육을 받다가 든 생각이 있었다. 이게 뭔 소용인데? 물으니 후배가 한 명이라도 깨달음을 얻었으면 된 것 아닐까요.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교육을 들어도 변화하지 않을 사람들은 끝까지 안 변할 것 같다, 가 내 가치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근데 진짜 그 자리에서 말은 못 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냥 그 식사 자리가 전부 불쾌하고 짜증 났다. 갑자기 운전연습을 시켜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 진짜 좀 골 때렸는데 자꾸 지 차로 운전을 알려주고 싶다고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진짜 예전에 그런 식으로 드라이브 가자고 계속 강요했던 사람이 생각나서 역겨웠다. 운전면허 딴지 15년 됐고, 운전한 지는 거의 6년이 넘었다. 뭔 운전연습이요?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보복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신고를 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고 하지만 대개 좀 모자라거나 그런 일을 나에게 덮어씌우고 싶은 사람들은 그걸로 낙인을 찍는다. 신고할 용기가 없으면 그냥 다물고 살았으면 좋겠어. 진짜로. 너희나 잘해 그 결여된 도덕성으로 열심히 서로 편 들어주면서.

진짜 제발 좀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양상은 원래 제각각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천편일률적이라면? 물을 것도 없다. 재미없을 테니까. 우리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스토리텔링에 열광하고 자극을 받게 되는 이유는 어쨌거나 '나와' 달라서이다. 내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생을 살았으면 스티브 잡스의 강연에 크게 열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다. 근데 열광하고 자극까지 받는 경우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상대방이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열광이나 자극보다는 내가 피할 수 있었던 비극적인 순간에 대한 일종의 안도감과, 동정의 마음으로 동하게 된다. 너는 왜 그렇게 재미없이 살아? 술도 좀 마시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라고 하는 말. 진짜 역겨운 일들을 자주 겪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만 어울리고 싶은데 굳이 굳이 좀 어울리라고 하는 말. 술 먹으면서 기혼남녀끼리 손깍지 끼고 서로 유사연애를 하면서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같이 출근을 한다든지. 나는 도덕성이 그렇게 바닥이 아니라서 그런 걸 보면 사실 좀 못 견디겠다.

불편한 순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전날 내 방에 불이 언제 꺼졌는지 알던 사람. 왜 새벽 두 시에 잤어요? 물을 때 진짜 얼마나 소름 끼쳤는지. 조심스레 도움을 거절하니 본인이 아끼는 후배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이곳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유서를 쓰고 사라진 사람. 근무기간 내내 정신과를 가서 내가 본인을 피하는 것 같아서 자꾸 죽고 싶다는 이야기로 나를 옭아매던 사람. 사람들은 그때 나보고 네가 선배를 무시한다고 해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럼 그 선배의 마음을 받아줬어야 했나? 자살하지 말라고? 결국 죽지도 않았으면서? 유서 발견되지 않을까 봐 사람들한테 꼭 자기 책상 확인하라고 문자까지 보내놓고서? 좋아하지도 않는 선배와 자꾸 팔시름을 시키면서 손 잡아보라고 시키던 사람들. 초등학생 애가 있으면서 네가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여자로 보인다고 하던 사람. 애가 셋이면서 네가 좀 일찍 태어났으면 여자친구 삼았을 것 같다던 사람. 선배들의 나이를 이야기하면서 그건 노산이다, 그 선배들은 아마 장애인 낳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본인은 40살에 결혼을 해서 애를 둘이나 낳았던 남자선배.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다. 사실 이것도 지능 문제다. 카톡으로 새벽마다 연락해 놓고 불편하다고 하니 탈퇴하던 사람. 근데 탈퇴해도 니 카톡기록은 남아있잖아요?

일이 힘든 것은 버틸 수 있다. 근데 자꾸 불필요하게 사람을 건드리고 그걸로 또 낙인이 찍히고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하의 개썅년이 되어있을 때는 사실 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할 수 있지, 그래 좋아할 수 있는데 상대가 바라지 않는 사랑과 애정은 폭력이다. 근데 내가 하는 말들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는다. 차마 용기가 없거나 말하고 싶지 않거나. 떠올리기 싫거나. 아니면 진짜 운이 너무 좋거나 그런 것에 무덤덤한 사람이거나.

[선배가 후배를 대할 때 필요한 것들]

1. 선배가 먼저 연락을 했음에도 후배가 먼저 구체적인 약속을 잡지 않으면 그것은 니랑 밥 먹기 싫다는 것입니다.

2. 몇 번 침묵하는 것은 그냥 싫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입니다. 왜? 그냥 니랑 더 엮이기 싫으니까. 싫다고 말하면 싹수없다고 할 거잖아요?

3. 어떠한 긍정이 아니라 그냥 대충 웃고 넘어가는 것은 그냥 진짜 할 말이 없거나 네가 손윗사람이라 어이없어서 그렇게 대꾸하는 것입니다.

4. 후배의 사생활을 묻지 마세요. 더 최악인 것은 나는 어때?라고 묻는 돌싱이나 기혼남들입니다. 너는 어떠냐면 그냥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순 없잖아요?

5. 결혼했고 애까지 있거나, 어떤 사유로 이혼을 했으면 후배들에게 니 가정사 좀 그만 풀어놓으세요. 너희들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인간혐오가 생깁니다.

6. 식사 자리에서 니 와이프나 니 남편 욕 좀 그만하세요. 욕하면서 사는 것도 한심합니다. 니 얼굴에 침 뱉는 거 왜 모릅니까.

7. 싫다는 사람이랑 불편하게 굳이 엮어주지 마세요.

8. 후배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굳이 사적인 것들을 묻지 마세요. 뭐 다 알고 있어. 말하기 힘들었지. 이런 것도 사실 필요 없습니다. 상대방은 말 안 하는데 네가 뭔데 말하는 게 힘들지 라며 감정을 정의하나요.

9. 위로해주고 싶거나 그냥 열심히 해서 밥 사주고 싶으면 담백하게 점심정도 사주고 저녁에 굳이 부르지 마세요.

9-1. (진짜 중요함) 1대 1로 부르지 마세요. 1대 1로 부르면 네 가족들에게도 할 수 있는 말만 하세요. 공지사항에 걸어놔도 칭찬받을 수 있는 말만 하세요.

10. 후배에게 뜬금없이 선물을 사준다든지 뭘 해주고 싶어 하지 마세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뼈를 갈아서 충성할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뭘 해주지 마세요.

11.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점점 외로워진다고들 하더라. 그럼 그냥 그 외롭게 사세요..

12. 역지사지. 마음에 새기세요.

# 기억에 남던 선배

좋아하던 (아주 높은) 선배는 나에게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외롭다고 하더라. 근데 원래 높은 자리로 갈수록 그럴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하는 말마다 맞습니다, 할 거고 후배들은 어려워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근데 그걸 외롭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내가 가진 책임감을 생각하면 외로움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게 정상이지. 선배님은 높은 곳으로 쭉쭉 올라가서 외롭다고 염병하는 사람들 다 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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