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려는 사람들과 상처받지 않으려는 사람들
며칠 전 전화하다가 상대방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그 사람에게 별 감정도 없는데 혼자 목소리를 높이길래 저는 지금 싸우자고 전화드린 것도 아니고요. 잘잘못 따지자고 말씀드린 게 아니라요. 저희에게도 미리 알려주셔야 하는 부분들은 간과하시는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 거예요, 저희에게도 그 내용이 충분히 고지되어야 저희도 일정에 반영하지 않겠어요? 예전에는 자료를 미리 받았는데,라고 하니 예전 언제요?라고 묻길래 예전 담당자분 계실 때요. 누가 그래요? OOO이에요? 하는데 여기서 잘잘못 따지기를 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그리고는 문자가 길게 왔다. 본인이 뭐가 기분이 나빴고 어쩌고의 이야기.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는 사실 필요하지 않은 문장이다. 아 그건 오해고요, 저희 쪽에서 이런 부분이 문제였으면 저희가 바꾸고, 담당자분께서도 이런 부분이 답답하시면 이런 방향으로 가시는 게 어떨까요, 가 맞는 답변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냐는 둥 자기도 몰랐다며 억울하다는 호소는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선즙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일도 못하면서 즙이나 먼저 짜고,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아이고 그랬냐며, 상대방이 무조건 나쁜 년이네! 하며 편들어주기에 급급한다. 조직을 좀 먹는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일한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울어버리고 감정으로 호소하면서. 어떤 사람은 깔깔거리면서 그런 말을 했다. 그냥 상담실 가서 몇 번 울고 나오면 원하는 지역 갈 수 있던데요? 라면서. 그 아줌마 조직생활을 한 게 30년. 저런 사람들은 원하는 곳을 가고, 네네 하면 진짜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무서운 삶의 현장..
가끔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들을 만난다. 좋게 말할 수 있다. 일을 못 하면 일을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문서를 하나 보고 드리니 보지도 않고 책상에 착 올려놓는 것이다. 보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실 때까지.. 그렇게 한 시간을 내내 서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보고를 하러 들어가는 순간들이 고난이었다. 어차피 내가 만든 자료, 보지도 않겠지? 싶어서 최대한 늦게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러면 늦게 들어갔다고 또 혼나고 일찍 들어가면 고민은 한 게 맞냐고 혼나고 뒤에서 멀뚱멀뚱 서있다가 기다리고 있으면 왜 기다리고 있냐고, 그러다가 나가면 보지도 않았는데 나가냐고 말하던 사람. 나는 진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고민을 했다. 차라리 춤을 추라면 칼까지 차고 칼춤도 추겠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과 모멸 섞인 눈빛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 사람은 눈빛으로도 야 병신아,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가끔 말을 못되게 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얻은 게 본인에게 큰 기쁨이 되는지와 같은 것들을. 소위 때 책에서 본 문구가 하나 있었다. 어떤 말들은 입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귀로 들어가서 살거나, 마음까지 들어가서 산다는 말이었다.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힘을 줄 수도 있고 힘을 빼앗을 수도 있어서 입으로 내뱉는 모든 단어들을 조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용기를 주기도 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니까. 말이라도 서로 좀 좋게 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어떤 후배에게 부서장이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왜 니 부서원들을 그렇게 관리하니?라고. 근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너한테도 얘가 부서원인데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배가 못 하는 것을 지적해서 벌거벗은 느낌으로 사람들 앞에서 깨는 것보다는 차분히 불러서 계도를 시키고 말이 안 통하면 그때부터 혼을 내면 되는데 부서원의 잘못도 네 탓. 일 못하는 것도 네 탓. 야근도 안 하는 네 탓. 조출도 안 하는 네 탓.이라고 말하는 게 사실 웃겼다. 웃으면 안 되는데 그때부터 재밌었다. 부서장 아래에 중간 관리자. 그 아래에 사원들이 있다. 부서장이 중간 관리자를 깬다. 너는 왜 밑에 애들 관리를 못 하냐? 그 중간 관리자보고 일을 못한다고 깨면 그 부서장이 관리를 못 하는 꼴이 되는 상황. 나는 그걸 보면서 그렇게 한 마디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 했다. 나중에 후배에게 그 말을 해줬다. 네가 못한다고 자책하면 달라지는 것은 없어. 열심히 하면 돼. 매번 그런 식으로 모욕을 하고 인신공격을 하면 너도 속으로 그냥 너도 니 부서원 관리 못 해서 내가 이렇게 된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해,라고 말해줬다.
근데 진짜 내 힘으로 안 되는 게 느껴지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대신 상대방이 너무 선 넘는 말들로 인신공격을 하고 있으면 진짜 힘든 내색은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사람들은 내가 뻗을 수 있는 거리까지 발을 뻗는다. 어 얘가 이런 말도 받아주네? 하고 조금 더, 어 아직도 받아주네? 하고 조금 더. 이런 말도 그냥 듣네? 조금 더. 그러면서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제가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인신공격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 그런 말들이 정말.. 마음에 남습니다.
라는 말을 했을 때 어쩌라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냥 변하지 않을 사람이니 거르면 된다.
그렇게 말을 하고 서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만난다면 변화에 대하여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니 일정 부분에 있어 최선을 다하면 된다.
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에 상처를 좀 덜 받고
상처를 받는 순간에는 상처를 받았다는 내색을 하고
그 모습을 타산지석 삼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겠다,
는 생각만 가지고 살면 실수할 일은 없다.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