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주소회 19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어떤 말은 마음에 남는다. 어떻게 남냐면…

by 염미희

9년 전. 친하지도 않던 타 부서 직장상사가 밤마다 카톡을 했다. 프로필 사진이 어떻다는 둥. 오늘 밤 뭐 해? 너랑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 라든지. 나는 당시 소위. 임관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 13년 먼저 들어온 사람의 반복되는 연락에 불편함을 표현하기 어려워 다음 날 답장을 하곤 했다. 죄송합니다. 공부하느라 카톡을 이제야 봤습니다. 라든지, 저녁에는 핸드폰을 안 쓴다고 한다든지. 아침행사에 나갈 때마다 꼭 내 옆 자리에 서는 것도 불편했다. 여자는 어릴수록 좋다는 말도 듣기 싫었다. 그래 나 어린 거 맞는데 넌 아니잖아?라고 하고 싶었다. 점점 불편해졌고 처음으로 상담관을 찾아갔다. 자꾸 연락이 와서 힘들다고 찾아갔더니 나에게 너도 미혼이고 걔도 미혼인데 뭐가 문제니?라는 답변을 들었고 상담관은 되레 나에 대한 평판을 주변 선배들에게 물었다고 했다. 선배들은 나를 따로 불러 말했다. 너 A 알아? 우리 기수 애들한테 너 평판 어떠냐고 물어본대. 라며. 나는 그 이후 그 여자의 말을 가슴에 품고 지냈다. 나는 그 여자가 조직을 떠나는 날까지 사과를 받지 못했다.

명단을 보니 그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었다. 본인 얼마나 인권에 관심이 많았는지 주절주절. 피해자 지원도 해줬고 어쩌고 하며 이야기를 했다. 되게 우스웠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특정인 두둔하지 않기? 그 말을 듣는데 실소가 났다. 너는 그때 너도 미혼, 상대방도 미혼이라면서 되레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나. 갓 임관한 초급 간부에게 마흔 인 아저씨가 밤마다 연락하는 게 뭐 어떠냐며.

교육을 다 듣고 사람들이 나간 곳에서 그 여자에게 물었다. 나를 기억하냐고. 어디서 근무하지 않았냐며 기억한단다. 9년 전 그때 몇 기였던 누구. 나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서 힘들다고 얘기했었고 그때 너도 미혼이고 그 사람도 미혼인데 뭐가 문제니?라고 했던 걸 기억하냐 물었다. 기억이 안 난단다. 그게 당시에는 문제가 아니었냐 물으니 데이트를 강요하는 스토킹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했다면 미안하다고 한다. 다시 물었다. 이제는 그게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된단다. 나는 그 말을 꼭 해주려고 교육이 끝났음에도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말한 이야기가 그 여자의 마음속에서 평생 남았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알까? 교육할 때마다 본인에 대한 수치심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여자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돌려줬기 때문에 나는 오늘부로 9년 전 언젠가의 그 이야기를 잊기로 했다.

나를 오랜 시간 괴롭혔던 그 문장이 교육 때마다 자주 떠올라서 가끔 자주 빈번하게 불행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뿌린대로 거두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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