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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Sep 24. 2021

가족사진을 찍다

한 프레임에 담기는 게 당연해지게

친구들과 만나면 사진을 꼭 찍는 편이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찍고 인생네컷같은 사진기를 찾아가서 찍고 그걸로도 모자라 요즘은 카메라의 하이퍼랩스 기능을 켜서 기록으로 남겨두기도 한다. 그러니 친구들과 만나면 앨범이 두둑해진다. 예쁘게 잘 나와 마음에 드는 사진도 좋지만 웃기고 이상하게 나온 사진마저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안다.


가족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라이브를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풍경 사진, 음식 사진은 찍었지만 우리를 담을 생각은 못했다. 당연한 일상, 당연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평화로움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더 늦기 전에 사진으로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작정 셀카를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아빠와 같이 셀카를 찍는다는 게 너무 어색했는데 점점 가족들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일이 익숙해졌다.


이제야 버킷리스트를 이룰 때다. 사진을 잘 안 찍었던 것과 별개로 혹은 그랬기 때문에 더욱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너무 준비 없이 그날을 기다리기만 했었다. 상상 속 그날은 어떤 날을 기념하며 사진관을 예약하고, 다 같이 옷을 맞춰 입고 사이좋게 예쁘게 찍고 싶다는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렇게 고 미다. 그러다 언니의 바디 프로필 촬영 이후, 족사진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는 데 언니와 나의 의견이 모아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찍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었다. 바로 단톡방에 이야기를 꺼냈다. 쉬는 날이 제각각이고 가족 단톡방은 소통이 빨리 되지 않아 날짜를 잡는 것부터 우여곡절이었다. 카톡을 하고도 만나서 따로 대화를 하니 서로 알고 있는 정보가 달랐고 결국에는 예정일보다 하루 빠르게 찍게 되었다.




자기 전까지 우리 내일 사진 찍는다! 확인을 고 옷은 흰 티에 청바지!라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알렸다. 아침이 되자 거실에서 청소기 소리가 들리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다. 아버지가 거실을 치우고 계신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사진기사 올라와서 준비해야지!" 하는 말씀도 하셨다.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언니랑 내가 제일 들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당일이 되니 신난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났다.


고데기로 머리 끝 말고 마스크를 쓴 이후부터 거의 하지 않았던 화장도 정성껏 해보고 동생도 깨워 준비시키 약속한 10시가 되었다. 언니의 삼각대를 거실에 설치하고 제일 최신 기종인 동생의 폰을 거기에 꼽았다. 드디어 시작!


첫 몇 장은 나도 너무 어색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진두지휘 하려니 에 땀이 났다. 어떤 자세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잘 몰랐지만 다 같이 쪼롬히 정자세로 앉기! 소파에 등을 기대앉아 발바닥 보이기! 앞에 둘, 뒤에 둘 앉기! 등등 여러 자세를 취하다 보니까 긴장이 차츰 풀다. 언니와 동생, 아버지도 같이 아이디어를 냈다. 점점 재어졌다. 중간중간 사진을 확인했는데 사진 속 우리의 모습이 너무 예뻤고 나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의 언니, 동생,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평소에 사진 찍기 귀찮아하는 생도 가족사진을 기다렸던 언니도 그리고 나에게 코디까지 받았던 아버지도 다 웃고 있었다.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 진심으로 느꼈다.


거실에서 다 같이 찍고 나서 마당으로 나가 보리와도 사진을 찍었다. 보리 앉아!하는 소리와 일단 찍자, 누르자. 이런 소리가 섞였 정신이 없었다. 잘 나온게 있는지 확인 못했지만 후다닥 사진 찍기를 마무리했다. 족히 1시간은 지난 줄 알았는데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30분 동안 거의 150장 가까이 되는 사진을 찍었으니 아주 찐한 30분이었다. 동생한테 사진을 받아 확인는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우리 너무 귀여워! 하는 자화자찬도 나왔고 내년에도 찍자는 말도 나왔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시간도 많이 안 걸리는 데 뭐가 어려워 이때까지 미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늦지 않게 찍서 다행이었다. 정말로 1년 뒤에 또 찍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너무 뿌듯. (우리 가족, 너무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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