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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의주도 미세스 신 May 24. 2021

육아 파티원 구함

'육아는 템빨'

이 명제 같은 문구에 나는 묘한 반발심이 있었다.


소싯적에 게임에 심취해보기도 하고,

아이템을 사기 위해 현질(게임에 현금을 지불하는 것) 깨나 해본 사람으로서

게임을 할 때 아이템이 게임을 얼마나 수월하게 만들어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흔히들 육아는 전쟁에 비유하곤 하니

전쟁터에 맨몸으로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육아를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쉽게 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임신 후기에 육아용품을 준비하면서 선배맘님들의 출산준비 리스트를 찾아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기의 일과는 각종 템들로 채워져 있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수유쿠션, 역류방지쿠션, 분유제조기, 분유포트, 보틀워머...

먹고 난 후와 관련된 역류방지쿠션, 전동바운서, 전동모빌...

싸는 것과 관련된 아기 비데, 기저귀 교환대, 기저귀쓰레기통...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아이템들은 육아에 도움을 주는 게 분명하다.

많은 것을 갖출수록 육아는 조금씩 편해지고 양육자의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현질이 필요하다는 것.

위에서 나열한 기본적인 템들은 평균 5만 원 이상 하는 것들이고,

기능과 품목에 따라 10만 원 이상을 하는 것들도 많다.

이런 물건들이 10가지만 모여도 백만 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이래서 돈이 없어서 아기를 못 낳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필요하지 않던 물건들이 왜 지금은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을까?

이는 '독박 육아'때문이다.


집값과 물가가 너무 비싸다. 그래서 맞벌이가 필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도 가족 구성원의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녀야 한다.

운좋게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에 수반되는 잔소리와 참견을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육아에 의존하는 것이 가족간 갈등의 시작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차라리 남(베이비시터, 도우미 등)이 더 편하지만 이역시 금전적인 부분이 만만치 않다.


결국, 혼자 육아를 하게 된다.

이때 각종 아이템들은 양육자의 손과 어깨, 허리 등을 대신한다.


나 역시 현재 대부분의 아이템을 갖추긴 했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여러 아이템을 써보면서 어떤 것들은 정말 사길 잘했다는 것도 있고,

이건 과하다는 느낌의 것들도 있었다.


현질을 많이 해서 각종 아이템을 갖추고 게임을 할 때면 '땅 짚고 헤엄치기'가 따로 없다.

별 노력 없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다 보면 게임이 잘 안 풀릴 때의 짜증은 없지만

성취감이나 짜릿한 기분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육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절한 현질은 전쟁같은 육아를 즐거운 게임으로 바꿔주겠만

과한 현질은 육아의 참맛을 느끼는 것을 방해할 수가 있다.

현질보다는 게임을 함께하는 동지가 필요하다.

함께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육아에서 오는 여러 감정들을 터놓을 수 있고,

시간과 육체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이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

나와 내 남편은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함께 휴직을 하고 이 게임을 즐겨보기로!


육아를 위한 동반 휴직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남편과 함께 '만든' 첫 육아템!


<남편의 참견>

말만해! 서포트, 딜러, 정글, 미드, 탑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롤을 해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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