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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천 Oct 20. 2021

연어의 사랑 - 5

연어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은......

짙은,

먹구름이 가곡천을 내리눌렀다.


금방이라도

가을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새벽강 위로 위기 경보가 퍼졌다.

누군가 꼬리지느러미로 힘차게 물 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 맑은 연어는 깜짝 놀라 등지느러미를 곧게 세웠다. (이 시간에 물결치는 파문은 까치가 우는 소리와 달리 늘 좋지 않은 소식이야….)


아직~

아기를 낳은 때가 아닌데 프리마(primā, 이른) 연어가

조산(早産)하면서 '죽음의 물고기' 떼들이 몰려들자 '피데스(fides) 연어가 동료 연어들과 함께

자갈로 울타리를 쌓고 있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도,

서둘러 자리는 박차고 여울목 풀숲 가에 도착하였다.

피데스(fides) 연어는 초췌해진 얼굴로 두 눈만 반짝거리고, 프리무스(prīmus, 프리마의 남편) 연어는 다 헤진 입으로 연신 죽음의 물고기들을 쫓아내느라고 그녀가 다가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연어를 비롯한 가곡천의 연어들은 부지런히 오가면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눈 맑은 연어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이들의 밤을 지새우게 하고, 온기(溫氣) 하나 없는 이 새벽을 서로에게 기대면서 ‘완성’의 모습으로 꼭꼭 채우려는 것일까?


무언(無言)의 약속,

왕따 되기 싫어서(소위 책임감)!

연어 사회에 대한 충성심…?


아니,

그런 것들은

너무도 작고 미미해 보였다.


그가,

또 연어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세상모르고 투명한 알껍질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엄마 연어의 안도에 미소,

그리고 거울 앞에서 당당한 그의 모습일 것이란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한 식경이 지나자,

“죽음의 물고기들을 모두 물리쳤다.”라고 외치면서 프리무스 연어가 환하게 웃는다.


그 미소는

새벽 먹구름 사이에 반짝이는 햇살 같은 힘이 들어있다.


그 전염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순식간에 가곡천을 밝은(Gloria)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연어들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다시 힘차게 커지고, 눈 맑은 연어에게 그동안의 어려움을 소상히 말하고 있는 피데스 연어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녀는

연어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소리 없이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아이들의 꼼지락거림,

아내의 옅은 미소,

그리고 그만이 알고 있는 자신에게


그 고마운 마음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반짝!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물이 빗방울이 되어 그녀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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