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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Feb 14. 2020

나는 네가 두렵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

김자까의 67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채널을 찾아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채널 내 아무 영상 밑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프롤로그-

만약 인류가 뗀석기가 아니라 연필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누군가
원시인이 사는 동굴에 연필 두 자루를
놓고 갔다면…


원시인 둘은 어느 날 동굴에 떨어진 연
필 두 자루를 들고 서로를 위협했다.
그들의 굴에는 죽은 짐승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우가 우가 짐승 내 거다 다가오면 이걸
로 찌른다'
'마 마찬가지다 나도 있다 오지 마라'

두 원시인은 그렇게 연필을 흉기로 사
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굴을 구르던
연필이 바위에 부딪혀 나무가 깨졌다.
그 바람에 연필 속의 흑심이 드러났다.
흑심, 즉 흑연은 그것을 들고 있던
원시인들의 손에 묻었고
원시인들은 놀라움도 잠시 그것으로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앗다.
그들은 곧 동굴 벽에 연필로 의사표현
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정된 소리로만 말을 하기가
무척 답답했던 탓이다.

원시인 한 명이 연필로
짐승 한 마리. 선 하나. 그리고 죽은
짐승의 피를 묻혀 빨간 피를 그었다.
그 뜻은 이랬다.
'우가우가 이거 내 거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건드리면 뒤진다는
뜻이다'
'마 마찬가지다 이건 내 거다 만지지
마라 두 번 말 안 해 피 보기 싫겠지'

그러던 어느 날 원시인들은 무료했는지
연필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벽에 자신들이 잡은 사냥감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평소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생각들을
낙서했다.
그러자 둘은 서로가 평소에 어떤 생각
들을 하고 사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제야 둘은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삐죽한 연필을 소유하고
있어서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가까이 갔다가 삐죽한 연필에 찔리기라
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차마 손을 내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삐죽한 연필에 찔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바들바들 몸이 떨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원시인 한 명이 짐승
에게 물려 다쳤다.
다른 원시인이 그의 피를 닦고 간호를
해주었지만 다친 원시인은 점점 쇠약해
졌다.

그리고 다친 곳이 곪아 마침내 말도 못
하는 지경이 됐다.

그 모습을 보니 간호하던 원시인의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표현할 언어가 마땅찮았고 그는
마음속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간호하던 원시인은 마침내 연필을 들고
벽화에 솔직한 마음속 그림을 그렸다.
짐승 한 마리. 화살표. 그리고 다친
원시인.

그 뜻은
'우가우가 사실 죽은 짐승 너에게 주고
싶었다. 깨어나면 너에게 주겠다 죽지
마라'라는 뜻이었다.

다친 원시인도 겨우 정신을 차려 연필
을 들어 그림을 그렸다.
다친 원시인. 주먹. 찡그린 원시인.

이 그림의 뜻은
'저, 저번에 내 머리를 때린 일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괜찮다'는 뜻이
었다.


간호하는 원시인은 다친 원시인의 숨
소리가 점점 약해지자 눈물까지 글썽
이다가 결심을 한 듯 벽에 그려진

자기 영역의 짐승들을 모두 지우고
다친 원시인의 영역으로 가서 지운
짐승만큼의 숫자를 다시 그렸다.
이 그림의 뜻은
'다 준다. 이거 너에게 다 준다'
는 뜻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훗날 이 벽화가 한 고고
학자에게 발견됐다.
고고학자는 유레카를 외치며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고 기뻐했다.


이 그림들은 인류 최초의 감정표현이자
최초의 언어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했
다.

고고학자는 그림을 분석해 현대의 언어
로 번역했는데
차례대로
'기회를 달라' '자비를 베푼다'
그리고 짐승을 지운듯한 벽과
지워진 수만큼 짐승을 그려놓은 벽화의
의미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의미라
고 번역했다.

그리고 그림의 양식을 볼 때
이 동굴에 살던 원시인 두 명은 원래
다른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원시인이 죽을 때까지 다른 원시인
이 이 곳에 남아 그를 보살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것은 적대관계의 원시인들
에게서 볼 수 없는 현상으로
믿기 어렵지만 둘은 적인 동시에
친구였던 셈이다.


에필로그
원시인의 언어

1. 우가우가 사실 죽은 짐승 너에게
주고 싶었다-> 기회를 달라

2. 머리를 때린 일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괜찮다-> 자비를 베푼다.

3. 다 준다. 이거 너에게 다 준다
-> 너를 사랑한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나는 네가 두렵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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