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Core), 빅브랜드를 이기는 린브랜드 전략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COSWAY라는 회사명이 각인된 세련된 다이어리는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엑셀로 만든 일정표를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더 치열해진 일상을 구겨 넣고 있다.
최근에서야 알아챈 '바쁘고 싶을 때만 바쁨'을 선택하는 스타들의 일정표는 나에게 없다. 살인적인 일정들로 365일 촘촘하게 연결되어 일 년 365일이 마치 1,000일처럼 느껴지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정표가 모든 일정들을 토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여러 번 시도해 온 책 집필 작업을 공식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뷰티 관련 매체에 10년 정도 칼럼을 기고하고 화장품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며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단행본으로 된 책을 발간한 적은 없기에 책 발간은 해마다 '올해의 목표' 목록의 상위를 차지하는 중이다. 1월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책 집필 작업은 2월의 후반부를 넘어가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월을 기점으로 대학교와 대학원의 강의가 시작되었고 외부 특강 일정들이 속속 잡히는 중에 가장 중요한 코스웨이의 해외 브랜드쇼가 3월에 두 번 연이어 대기 중이다. 이제 주말 특근으로 해결되는 단기 일정들의 수준에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덜어내야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중 "책 쓰기"는 단연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프로젝트이기에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정 대상이다. 문제는 이 책을 혼자가 아닌 KOTRA의 윤창현 박사님과 공동집필 중이라는 것이다. 주말마다 만나 열띤 논의를 하면 할수록 책의 내용이 탄탄해지고 흥미롭기에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박사님과 내가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브랜드의 가치와 생명은 코어(Core, 핵심)에서 기인한다. 이를 토대로 "코어(Core), 빅브랜드를 이기는 린브랜드 전략"으로 책의 제목과 방향을 정했다.
물론 이 제목이 나오기까지는 수십 건의 아이디어와 진통이 있었다. 그중에는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책 제목도 있었지만 우리 책의 정체성과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목은 "코어"에 있기에 우리 책의 핵심역량을 여기에 모으기로 했다.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책의 방향과 주제를 압축해내기 위해 논의하던 시간들은 현저히 줄어들고 우리가 가진 핵심역량을 어떻게 책에 온전히 담을 수 있을지에 주력하게 되었다. 윤창현 박사님의 '국가 브랜드와 한류', 코스웨이의 '린브랜드 생존 전략' 이들이 결합되는 지점에서 "빅브랜드를 이기는 린브랜드 전략"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시도하고 결국은 시간의 문제로 미뤄 온 책 발간 프로젝트, 이번에도 긴급하지 않은 중요한 도전을 미루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2월 27일의 깊은 밤에 브런치 작가 신청하기를 발견하고 바로 도전했다.
회사 동료들이 모두 퇴근하고 출장 준비를 하던 중 무심코 들어가 보니 도착한 브런치의 간결한 알림, 마음에 든다. 덜어낼 게 없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함께 향유할 사람들을 찾아 나선 아르테티끄의 철학인 Less is More가 느껴진다.
빅브랜드를 이기는 린브랜드의 전략적 핵심 요소인 "디지털 근육(digital muscle)", 나 역시 디지털 근육을 키우기 위한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 조금씩 "디지털 근력(digital muscular power)"를 채워가고 있다. 빅브랜드와 린브랜드가 동시에 맞설 수 있는 공간 디지털, 린브랜드에게 디지털은 다윗이 골리앗과 맞서던 예루살렘과도 같다. 책 발간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프로젝트의 연재, 왜 해야 하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 기회가 왔을 때 시간을 핑계로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
브랜드를 잘 만들고 소비자를 알기 위해 시작한 미용사 자격증 시험, 내친김에 시작한 2년간의 미용실 스탭 생활은 10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야 그 유용함을 발휘하고 있다. 내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건지 언제나 의문이 들지만 도전하고 완결한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고 믿기에 오늘도 농업적 근면성을 유지하며 한 발 전진한다.
오늘은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의 개강일, 수강신청 명단을 보신 김주덕 대학원 부원장님께서 학생들 모두 실력과 명성이 자자한 현업 마케터와 CEO 분들이라고 일러주셨다. 시작하기 전의 강의는 늘 부담스럽지만 오늘은 특히 더하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칠 때쯤이면 코어 프로젝트도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