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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Mar 21. 2021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명 깊게 읽은 도서와,

교보문고 B2B 영업팀

교보문고 B2B 영업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명 깊게 읽은 도서와 그 도서를 선정한 이유를 가치관과 연계하여 적어주십시오.(500자 이내)


꼭 한 권이어야 하나. 너무 아쉽다. 선택받지 못할 나머지 책이 아른거린다. 속죄도 좋고 당신들의 천국도 좋다. 사피엔스도 좋았고 이기적 유전자도 좋았다. 그래서 딱 한 권만 꼽기가 어렵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면전에서 한 명만 고르는 기분이다. 사족이 길었다. 한 권만 고를 수 있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김금희 작가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자주 의심한다.


그래 봤자 문학은 고작 재밌는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소설을 실용서적처럼 읽어보려고도 했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위대한 개츠비로 1900년대 미국 시대상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한국이 얼마나 굴곡진 역사를 살아왔는지를 반추하려고 시도했다. 그렇지만 정보의 효용성 측면에서 보자면 같은 시간에 문학보단 역사책을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내게 문학이란 뭔가 말랑말랑하면서 안개처럼 그 안은 뿌옇고, 잡은 것 같지만 손에서 빠져나가는 어떤 것이었다. 당장 돈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한 번에 깨달음도 주지 못하는 무용한 것. 그러면서 또 매번 읽게 되는 것. "이번에는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까" 싶으며, 읽을 때는 "맞아, 이래서 내가 문학을 읽지"싶다가, 책장을 덮을 땐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지"싶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시도하고 좌절하면서 어쩔 땐 성공한 듯싶다가도, 문학을 성공적으로 읽었다는 건 또 무엇인지 싶은. 그런 수수께끼가 나에게 문학이었다.


이번엔 정말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까 싶은 기대로 집어 든 책이 김금희 작가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였다. 그리고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수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의사가 날카로운 매스로 감정을 조각조각 써는 것 같았다. 부끄러움, 사랑, 무지, 애정, 회환, 경애 같은 말랑말랑하고 형체도 없는 무언가가 정확한 언어로 담겨 있었다. 그 보편적이면서 자주 조우하는 감정들이 작가의 따듯한 시선을 받으면서 단어와, 문장과, 이야기로 전해져, 읽는 동안 여러 번 마음이 저렸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은 오래 지속됐다.


다시 돌아와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학은 굶주리는 아이에게 밥 한 끼 건네주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수 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이의 굶주림을 내 굶주림으로 치환시켜 보게끔 하는 일은 가능하다. 문학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핵심 키워드를 경제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보단 등장인물들도 아리송하고 다 읽은 뒤에도 무슨 말인지 께름칙해서 몇 번씩 곱씹게 만든다. 나는 그 "곱씹음"이 감정이란 근육을 뻠핑시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문학은 처세술로 점쳐진 자기 계발서 같이 인간관계에 당장 도움되는 얄팍한 기술을 알려주진 못한다. 그보단 관계 그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게끔, 그러면서 내가 위로나 용기를 받게 돕는다. 물론 모든 전제는 "좋은 문학"일 때를 말한다. 그러니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아주 훌륭한 문학이다.      


책을 다 덮은 뒤에, 느닷없이 동아리 후배가 생각났다. 축구 동아리에서 같이 공 차던 후배였다. 2년 동안 술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밥도 자주 먹었다. 그 친구를 좋아했지만, 정성을 들여서 신경 쓴 적은 없었다. 어쩐지 형-동생 관계보단 선-후임 관계 같았다. 많은 남자들의 관계가 그러하듯.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동아리 모임을 가졌던 날, 뒤풀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축구 가방에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본디 축구 가방 안엔 편지 같은 말랑한 것이 있으면 안 될 일이다. 그 조합이 어색했다. 편지엔 "형 덕분에 동아리 생활 잘할 수 있었다"는 말과, "형은 졸업해서도 잘할 거"라는 응원의 말,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심지어 이걸 알고 싶어서 사르트르가 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그 책이 문학보다도 아리송해서 읽다 말았다. 그러니 아직도 나는 문학이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문학이 뭔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을 덮은 뒤 몇 달만에 그 후배에게 연락을 남겼다. 카톡을 보니 내가 먼저 연락한 건 처음이었다. 잘 지내고 있냐, 조만간 밥 한 끼 먹자, 라는 말과 함께 상하이 버거 세트 기프티콘을 보냈다. 


타인에게 마음을 쓰게 만드는 것, 후배가 전한 진심을 무디게 대해서 미안하게 되는 것,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그 친구가 보였던 진심이 자꾸 상기되는 것. 그건 오로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그러니 문학은 "미안했던 친구에게 상하이 버거 기프티콘을 보내게 만드는 거",라고 끝내면 너무 이상한 결론이 되려나.


나는 문학을 읽으며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충분히 알려주고 싶게 됐다. 존경, 경애, 위로, 걱정과 같은 감정을 이전보다 덜 부끄러워하면서 전하게 됐다. 풋내기 시절엔 그런 감정을 감출수록 멋진 사람인 줄 알았지만 이젠 오히려 그걸 반대로 하는 사람들이 촌스러워 보인다. 누군가를 향해 가지고 있는 좋은 감정을 충분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용감하고 멋진 일이란 걸 배웠다. 이건 당연히 이성을 향한 감정에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이 정도면 교보문고 문항에 대한 답변으로 관계에 대한 내 가친관과 잘 연결해서 설명이 됐을까.


아무튼 이 모든 이야기는 "좋은 문학"을 읽었을 때를 말한다. 그리고 김금희 작가는 매번 이런 좋은 문학을 선물한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읽는 동안 자주 마음이 들썩였다. 많은 분에게 권하고 싶다. [2.780자]


“필패하는 자소서”에선 자소서 문항을 제 맘대로 대답하는 형식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진로 고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부끄러움, 대인 관계 등이 키워드입니다. 기획 의도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합니다. 팔로우를 하시면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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