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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Mar 18. 2021

본인의 경험 중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가장 컸던 사례와

YG엔터테이먼트그래픽 디자인

본인의 경험 중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가장 컸던 사례와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작성해 주세요 (500자 이내)


나는 내가 창의적인 줄 알았다.


혹시 나도 잡스이지 않을까 싶던 판타지는 대학에서 2번 무너졌다. 한 번은 마케팅 공모전에서, 다른 한 번은 경찰청과 협업하면서.


대학 3학년 때, 파크랜드에서 주최하는 마케팅 공모전에 참여했다. 경영대 친구 한 명과,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가 팀원이었다. 나는 말장난이나 농담에 자신 있었다. 그런 얄팍한 기술을 마케팅이라는 말랑말랑해 보이는 학문에 잘 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주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디지털 마케팅 전략으로 파크랜드 정장을 홍보하기”였다. 팀원들과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됐다. 회의를 할 때면 재미난 생각에 머리가 간질간질했다. 우리는 먼저 젊은 세대가 왜 정장을 선호하지 않는지를 탐구했다. 설문조사 문항도 만들고, 인터뷰도 했다. “불편해서”, “너무 격식을 차린 것 같아서”등등 정장을 안 입는 이유만 100가지는 취합했다. 이 문제들만 해결하면 1등은 우리 몫이었다. 나는 상금으로 갈 수 있는 동남아 항공편 가격을 살폈다. 그 시간에 제출하고 나서야 발견한 통일 못한 폰트를 살펴볼 걸 그랬다.


프로젝트의 절반이 지났다. 이젠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적어야 했다. 세상에 비난은 쉽고, 대안은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없다면 내가 하겠다. 정장을 안 입는 이유 100가지 중에서 단 한 가지도 참신한 대안을 내기가 어려웠다.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조악하고 1차원적인 해결 법만 나왔다. 페이스북에 광고하기,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기, 웹툰 만들기가 후보였다. 이미 파크랜드가 하고 있거나, 하다가 은 것도 많았다. 문제점만 100개 내놓고, 한 가지도 해결 못하는 모습이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야당 의원이 된 것만 같았다. 결국 데드라인 마지막 날에야, 뻔하고 흔한 해결책을 담은 기획안을 제출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나는 그렇게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천지방 경찰청과 협업할 때도 비슷한 좌절을 겪었다. 경찰청에서 먼저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정책”을 협업해서 홍보하자며 우리 동아리에게 연락이 왔다. 나름 동아리에서 똘똘하다는 여섯 명이 모였다. (동시에 시간이 가장 남는 학생들이기도 했다) 우리는 경찰청과 회의하기 전마다 카페에 모여서 빛나는 아이디어를 모았다. 서로가 서로를 영재 아니냐면서 치켜세웠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과 부처 장관이 꺄르르하는 모습 같았다. 다음날 회의에서 만난 경찰들도 역시 대학생들이 창의적이라면서 우리 아이디어를 높게 샀다. 우리는 정말이지 전 국민이 전좌석 안전벨트를 매게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3개월 동안 긴 회의를 거친 결과는 고작 대학 축제 부스에서 게임을 진행한 일이었다. 물론 그 게임은 교통안전과 관련된 게임이며, 축제 부스도 꽤 괜찮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우리가 기대했던 큰 그림과는 분명 다른 결과였다. 원래 대로라면 스피드 건으로 달리는 친구의 속도를 측정한다거나, 10분짜리 단편 영상이 나왔어야 했다. 우리는 심지어 그 영상의 시놉시스도 준비했었다.


우리 “실행 가능성”에서 실패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우면 그림의 떡이다.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큰 노력이 필요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경찰청 입장에선 부담이 될 법한 규모였다. 그들이 가진 예산과 인력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니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완성되지 못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배웠다. 그 축제를 마치고 나는 확신을 가졌다.

 

"아 나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직업은 가질 수 없겠다"라고.


내가 창의적이지 않다는 걸 받아들인 사건은,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 소위 자기 객관화라고 말하는가. 내가 인식하고 기대하는 "내"가 실제의 "나"와 일치하는지 의심스러웠다. 스스로를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긍정적인 사람일까? 나는 절약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스로를 창의적이라고 오해했던 것처럼 른 지점에서도 같은 오해를 저질르지 않았을까.


두 사건 이후로 나는 최대한 스스로에게 객관적이고자 노력다. 내가 특정 일에 과잉 자신하고 있지 않은지, 혹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진 않는지를 경계한다. 그럴 때마다 "나"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걸 느낀다.


자기 객관화는 나에게만 어려운 숙제는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어느 잡지에서 봤던 설문조사에서 “나는 운전을 잘한다”라는 문항에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그런데 글쎄. 우리 모두가 운전을 잘한다면 도로에서 자주 보는 위험천만한 일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어제 내 앞을 끼어들던 그 무법자도 “나는 운전을 잘한다”는 항목에 "그렇다"라고 기입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객관화는 스스로 본인이 가진 약점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일이라 고되고 어다. 그럼에도 필요한 일은 분명다. 자기가 어떤 것이 부족한지 알아야 개선할 수 있고, 분명히 잘하는 걸 알아야 개발할 수 있으니까. 괜히 옛말에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게 아닌가 보다.


여러분은 어떠신가. 여러분들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혹은 "나는 운전을 잘한다"라는 문항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적고 나서 보니, 나는 극복 못한 것 같다. 그보단 그냥 이상에 못 미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이것도 극복 방법 중에 하나로 쳐줄건가? 나도 YG들어가서 블랙핑크 보고싶단 말이다.


근데 나는 운전은 조금 하는 거 같은데. 글쎄 이것도 남이 봤을 땐 니렬지 모르겠다. [2,726자]


“필패하는 자소서”에선 자소서 문항을 제 맘대로 대답하는 형식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진로 고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부끄러움, 대인 관계 등이 키워드입니다. 기획 의도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합니다. 팔로우를 하시면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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