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출 결심
결론부터 말하면 1달 만에 밴드 활동을 그만뒀다.
그 1달은 직장 일이 비교적 괜찮을 때라서 나름 full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실력으로 밴드부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집 앞마당에서 공 좀 차보고 본인 실력이 출중한 줄 알아서 축구부에 들어가서 시합 뛰자고 했던 격이었다.
밴드 공연을 서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밴드가 운영되는구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유하자면 이제는 패스, 드리블 등의 기본기를 먼저 익히고 나중에 시합에 나서보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초벌을 다지고 과거에 통기타를 배웠던 집 근처의 기타 학원에서 이번에는 일렉으로 다시 배워볼 예정이다.
합주곡을 떼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연습하지 못한 곡은 남들 다 연주할 때 나는 관객처럼 멍하니 있기도 했다. 나름 월회비도 냈고 그렇다고 연습을 안 한 것도 아닌데,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아직 밴드를 할 시점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1달이라도 더 해볼까?' 싶었다. 그러나 상황상 연습량을 늘릴 수 없는 것을 알았기에 그냥 지금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다른 멤버들은 1시간 연습해 와도 무리 없이 잘하는데, 나는 사실 주말 내내 연습한 게 그 정도였다.
마음을 굳히게 된 사례가 있는데, 밴드 합류 전에 메인기타에게 연락이 왔었다. 합주곡의 일부분을 영상으로 보내주며 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분도 내 실력을 모르니까 확인차 물어본 것이다. 내 기준에서 그냥 손이 조금 현란할 뿐 오른손은 후다닥 치니까 "연습하면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근데 나중에 합주하다가 알게 된 것이 오른손은 팜뮤트가 포함된 스트로크였다.
그렇다, 나는 팜뮤트가 뭔지도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타의 아주 기본적인 드리블 같은 건데, 나는 이조차도 너무 어려웠다. 당연히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힘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나는 딱 그 수준이었다. 기본기도 없어서 같이 협업하기도 어려운.
현실의 벽(?)을 느끼긴 했지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봤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원래 뜨거움을 느껴봐야 차가움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기준치가 생겼고 새로운 목표로 삼아 나아가 보려고 한다. 기타를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나만의 보폭으로 다시 나아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