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음알못의 밴드 실패기

잠시 멈출 결심

by cosmo Mar 09. 2025

결론부터 말하면 1달 만에 밴드 활동을 그만뒀다.


그 1달은 직장 일이 비교적 괜찮을 때라서 나름 full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실력으로 밴드부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집 앞마당에서 공 좀 차보고 본인 실력이 출중한 줄 알아서 축구부에 들어가서 시합 뛰자고 했던 격이었다.


밴드 공연을 서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밴드가 운영되는구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유하자면 이제는 패스, 드리블 등의 기본기를 먼저 익히고 나중에 시합에 나서보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초벌을 다지고 과거에 통기타를 배웠던 집 근처의 기타 학원에서 이번에는 일렉으로 다시 배워볼 예정이다.


합주곡을 떼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연습하지 못한 곡은 남들 다 연주할 때 나는 관객처럼 멍하니 있기도 했다. 나름 월회비도 냈고 그렇다고 연습을 안 한 것도 아닌데,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아직 밴드를 할 시점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1달이라도 더 해볼까?' 싶었다. 그러나 상황상 연습량을 늘릴 수 없는 것을 알았기에 그냥 지금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다른 멤버들은 1시간 연습해 와도 무리 없이 잘하는데, 나는 사실 주말 내내 연습한 게 그 정도였다.


마음을 굳히게 된 사례가 있는데, 밴드 합류 전에 메인기타에게 연락이 왔었다. 합주곡의 일부분을 영상으로 보내주며 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분도 내 실력을 모르니까 확인차 물어본 것이다. 내 기준에서 그냥 손이 조금 현란할 뿐 오른손은 후다닥 치니까 "연습하면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근데 나중에 합주하다가 알게 된 것이 오른손은 팜뮤트가 포함된 스트로크였다.

그렇다, 나는 팜뮤트가 뭔지도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타의 아주 기본적인 드리블 같은 건데, 나는 이조차도 너무 어려웠다. 당연히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힘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나는 딱 그 수준이었다. 기본기도 없어서 같이 협업하기도 어려운.


현실의 벽(?)을 느끼긴 했지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봤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원래 뜨거움을 느껴봐야 차가움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기준치가 생겼고 새로운 목표로 삼아 나아가 보려고 한다. 기타를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나만의 보폭으로 다시 나아가 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음알못의 밴드 도전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