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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06. 2015

"그리고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Pablo Picasso, 1881-1973

어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군인이었다면 장군이 되었을 것이고, 성직자였다면 교황이 되었을 것이다.
대신에 나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Etudiant a la pipe (1914)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의 한 명인 피카소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고 말하였습니다.

피카소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서 얼굴에 나타나는 것들을 그려야 할 의무가 있는지, 사람의 얼굴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사람의 얼굴 뒤에는 과연 무엇이 숨어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으로 나온 그림들은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알고 싶다... 인간의 얼굴


잘 그릴 수 있는데도 얼핏 보기엔 이상한 그림을 그린 작가 피카소.

그런데 왜 사람들은 피카소의 이 이상한 그림에 열광하는 걸까요?

(사실 그의 초기 작품을 보시면 아실 테지만, 피카소는 매우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입니다. 피카소!라고 하면 워낙에 큐비즘으로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그의 화력을 잘 모르시는  것뿐...)


오늘은 이런 피카소의 작품들 가운데 몇 가지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황소의 머리

                                         Tête de taureau (1942)

피카소는 하나의 대상을 모델로 예술작품을 만들 때 언제나 그 대상의 본질을 보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피카소의 1942년작 <황소의 머리>를 보면 피카소가 대상을 바라볼 때 얼마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의 안장과 핸들로 만든 이 작품은 사물의 위치에 따라 그 사물이 가지는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자전거의 핸들과 안장이 자전거에 있을 땐 단순한 핸들과 안장이 되지만 안장과 핸들이 <황소의 머리>처럼 위치하게 되면 안장은 황소의 머리로, 핸들은 황소의 뿔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가 실생활중에도 있습니다!

두 개의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가 있을 때, 사람은 그것을 얼굴이라고 인식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느냐?

사람의 얼굴입니다.

아니다.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이다.

... 아, 네~



게르니카

                                         Guernica (1937)

1937년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의 게르니카라는 작은 도시는 스페인 내란 중에 파시즘을 지지하는 정치가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명령에 의해 독일의 무차별 폭격을 받고 폐허가 되었습니다. 4시간이 넘는 폭격에 1654명이 사망하고 889명이 다쳤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 어린 아이, 여자였고 지도상에서 게르니카라는 지방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때마침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스페인관의 벽화 제작을 주문받은 피카소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대작 <게르니카>를 제작하게 됩니다. 피카소는 스페인이 프랑코 체제하에 들어가게 되자 이 그림이 스페인으로 들어가길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카소는 이 작품을 뉴욕 근대미술관에 한 가지 조건을 걸고 무기한 대여 형식으로 빌려주게 됩니다.

그 조건이란 스페인이 민주주의와 자유가 회복되면 반드시 프라도 미술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에 머물고 있던 피카소에게 한 나치 장교가 <게르니카>를 찍은 사진을 피카소 앞에 들이밀고 “당신이 그린 것이오?(Did you do that?)”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아니오, 당신들이 한 거죠.(No, you did.)”


1,885점의 회화, 1,228점의 조각, 2,880점의 도자, 18,095점의 판화, 6,112점의 석판화 3,181점의 리놀륨 판화, 7,089점의 드로잉, 149권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4,669점의 스케치, 11점의 태피스트리, 8점의 양탄자. 합쳐보면 대략 45,000여 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옵니다. 마치 거대한 미술관의 소장품 분류 수치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이는 피카소 한 사람이 만든 작품의 수입니다.

(사실 학자들마다 그 수량을 헤아리는데 있어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피카소의 작품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00점 이상, 50,000여 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불 태웠어... 아니, 사람이 다작에도 정도가 있지...


작품 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카소는 절대로 한 마디의 말로 정의할 수 있는 화가가 아닙니다.

사실 피카소의 그림을 시기별로 나눠 분류하고자 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청색시대, 장밋빛시대, 입체파(큐비즘), 원시미술 등 피카소를 나타내는 여러 용어들은 그의 오랜 생애에 걸친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 한 가지의 특색만을 꼽아낸 것에 불과합니다.

각각의 용어들이 모두 피카소이긴 하지만 피카소를 하나의 용어로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형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90살 넘게 장수한 피카소라고 할지라도 엄청난 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 봐도 하루에 한 점씩 100년을 그려도 겨우 37,000여 점을 넘길 수 없습니다.

즉 피카소는 하루에 몇 점씩 작품을 만들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나 작품이 많아서일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도난당한 화가 역시 피카소입니다.

뭐, 그만큼 인기가 많은 작가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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