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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09. 2015

자세를 낮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미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철불에 관하여

(좌) 충남 서산 보원사지 출토 철조불좌상 / (우) 경기 하남 하사창동 절터 출토 철조불좌상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올라가면 고려시대의 강철 부처님 두 분을 언제나 뵐 수 있습니다.(상설전시...)

이분들... 부처님이시면서도 어떻게 보자면 참 엄하고 무섭게 생긴 얼굴입니다.

앞에서 뭔가 잘못하면 당장에라도 나한들을 불러서 지옥시왕들에게 보내버릴 만큼 무섭습니다.

인상 죽입니다.

강철을 녹여 만든 특유의 질감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신라 시기의 매끈한 질감과는 다르게 상당히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신라 시대의 부처님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방싯방싯 웃어주고 있는데, 고려시대 부처님의 앙다문 입술은 어찌나 딱딱하게 느껴지는지...


하지만 불교가 어떤 종교입니까? 바로 자비의 종교 아니겠습니까!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얼굴이 어찌 이렇게 무서운 얼굴일까요?

고려시대가 무인(武人) 위주의, 게다가 힘(권력, 무력 등) 중심의 시기였기에 부처님께서도 결국 등을 돌려버리시고 무서운 얼굴로 화를 내는 것일까요?

(나는 지금 몹시 화가 나 있어...)


물론 그럴 리가 없습니다.


고려시대 불교신자들은 부처님 앞에 서면 그 압도적인 인상 앞에 얼른 오체투지를 하며 108배를 올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죄에 반성을 하며, 혹은 무언가를 바라며, 그렇게 108배를 하고 난 후 살짝 고개를 들어 부처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앞의 불상들을 밑에서 위로 바라 본 앵글의 사진입니다.

보이시나요? 은은한 미소! 입꼬리 올라간 거 보이시죠?

부처님께서 웃어주십니다!


게다가 두 부처님들 머리가 상당히 큽니다. (실제로 가서 보시면 더욱 큽니다!)

위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례가 전혀 맞지 않지요.

하지만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비례가 맞습니다.

즉, 이 부처님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부처님 앞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몸을 숙이고 자세를 낮춰야 부처님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비슷한 관람의 예가 서양에도 있습니다. 로마시기의 석상들이 그러한데요.

상이 거대할수록 머리를 크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 그 상을 밑에서 바라보았을 때 머리 크기가 제대로 된 비율로 보이거든요.

(이것이 바로 원근법의 신비!!)



물론 이는 저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이 불상들은 눈높이와 거리의 위치에 따라 그 표정이 변해 보인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불상 제작자의 의도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혹은 의도치 않았던 것이든 당시의 시대상에 맞추어 보면 상당한 먹어주는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네이버 화요 웹툰 '노블레스' 76화 中 [Copyright NAVER, 손제호, 이광수]


이러한 인상의 변화는 어른과 아이의 키 높이 차이에서도 올 수 있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키가 큰 어른들에겐 한없이 엄한 표정을 지어주는 부처님께서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는 자비로운 미소를 보여주시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부처님의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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