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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8. 2021

우리는 가난을 연습해보고 있었다

창작시/ 안산


안산


4인 가족 앞에 한 평씩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한 평은 문짝도 없는 화장실의 몫

꼭대기 층이고 옥상이 좁았다


외식을 하면 늘 알탕을 먹었다

조기를 굽는 대신 탕 속에서 알 하날 건지며

이걸 먹으면 무수한 생선을 먹는 거라고

아빠 말이 진짜인 줄 알았지


동생의 꿈은 파브르였다


다섯 평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그런 거여서

우리는 집벌레들을 채집하러 뛰어다녔고

아래층 임산부는 우리를 욕했다

애새끼들이 하루 종일 뛰어다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벽장엔 알토란 같은 먼지만 가득했다


뭔가 하고 싶어질 때는 옥상에 올라갔다

근음만 누를 수 있는 작은 건반을 들고

언젠간 세광 월촌 이런 이름의 학원에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방에서 다같이 구겨져 자면서

우리는 가난을 연습해보고 있었다

실은 조금도 가난하지 않았다


가진 게 없어 잃어버릴 것도 없었는데

잠이 없이도 꿈을 꿨다


이듬해 우리는 상경했다

올라와서는 한 번도 알탕을 먹지 않았다


어제는 엄마에게 명란을 배송시켜 드렸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앞에 감쪽같이 놓이는

배송 온 명란 속살은 붉고 부드럽고

부끄러워 보였다


여전히 맛은 있었다

숟가락 알알이 박힌 알 속에서

눈 떠보지 못하고 사라진 물고기

동공들이 녹아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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