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닦는 것처럼 싱크대도..

싱크대 서랍 위 뭉쳐진 먼지

by 시나브로


싱크대 앞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서는 자리다.

아침엔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하고,

점심엔 나 홀로 간단한 식사를,

저녁엔 온 가족의 밥상을 차려내기 위해 분주히 오간다.

그런데도 싱크대 서랍 위는

이상하리만치 자주 지나치게 된다.


손이 잘 닿지 않는 높이 때문일까.

아니면 눈에 띄지 않아 그런 걸까.

거기엔 늘 얇은 먼지가 내려앉아 있다.

하루하루는 티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먼지들이 엉기고 뭉쳐져

걸레로 훑어낼 때 묵직하게 손에 잡힌다.


그 먼지를 닦아내다 보면

마음속 어딘가가 슬그머니 불편해진다.

‘이걸 미리 닦았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작은 후회가 밀려온다.

그러다 문득,

이건 단지 서랍 위 먼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도 그렇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핑계로

그냥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서랍 위 먼지처럼 쌓여

언젠가는 무게로 다가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날 놓쳤던 눈빛 하나,

서운했지만 그냥 넘겼던 장면들.

그건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안에서 뭉치고, 눌어붙고,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덩어리가 된다.


손에 잡히지 않게 쌓인 감정.

가끔은 그것이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예민해졌지?’

‘왜 이 말을 듣고 괜히 속이 상하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그건, 쌓였기 때문이다.

서랍 위 먼지가 걸레에 묻어나듯,

감정도 언젠가는 묻어난다.


그래서 닦는다.

오늘은 일부러 더 천천히,

그동안 미뤘던 서랍 위를

정성껏 훑는다.

닦으면서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자주 닦았는가.

무시했던 감정에 손을 얹고,

덮었던 마음을 마주하며,

그걸 닦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먼지는 쌓이면 눅눅해진다.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처럼 퍼진다.

마음도 다르지 않다.

자주 열어두고, 환기시키고,

정리하고 닦아내야 한다.


서랍 위 먼지를 닦고 나면

공간이 밝아 보인다.

무심히 덮여 있던 것들이 드러나고,

그 위로 다시 빛이 내려앉는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닦아낸 자리마다

다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기를.

쌓여 있던 감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볍고 맑은 마음이 남기를.


살림을 한다는 건,

그저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정리하는 일이다.

삶의 구석구석을 닦으며

그 안에 남은 마음도 함께 닦아내는 일.


오늘도 작은 서랍 하나를 닦으며

내 마음의 서랍도 조금 정리해 본다.

그 속에 숨어 있던 묵은 감정도

걸레에 묻혀 함께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