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노동절 모닝 루틴
테이크 오버 짐이 들어오고 몸살이 나서 이틀간 잠도 못 자고 두통에 시달렸다. 아니면 그동안 긴장이 풀려서인가, 온몸이 굳어 밤에 전신 스트레칭하고, 아침에도 전신 필라테스 하고, 장남의 손길을 빌려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고, 동전파스 백 개 정도를 붙였다. (는 뻥이고 열 개정도) 일본에서 사 온 동전 아니고 골프공만 한 크기가 꽤 마음에 든다. 운동은 #빵느 의 홈트를 주로 한다.
캐나다는 Labor day다. 이곳은 교육자나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 위한 날이라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부노동자는 예외다. *주부Labor day*를 만들어 달라고 캐나다 총리에게 부탁할까? (설거지는 1호 아들에게 맡김!) 하여간 그런 쓸데없는 상념에 빠질 시간이 없다.미루고 미루었던 2호 파마를 진행해야 한다.
머리를 길러 묶고 다니겠다는 녀석의 집념이 한국에서부터 이어져 왔고, 사무라이처럼 사과머리로 묶는 꼴이 보기 싫어 파마를 해주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뒤로 넘기길 바라는 엄마 마음에서. 나야말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미용실 원장님 딸이지만… 파마는 처음이다. 우선 제대로 말기가 어려워 고무줄도 떨어뜨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보조 미용사 3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몇 년만 있으면 예담이가 오빠 머리 정도는 거뜬히 해줄 듯. 하여간 결과는 만족. 금방 풀릴 것 같지만 자연스러워도 너무 자연스러움 ㅋㅋ
오트밀을 데우고 과일과 요거트를 섞고, 달걀 프라이와 빵을 구워 아침을 준비했다. 간단하게 아침 먹는 거 좋아하지만, 이런 아침 식탁을 보면 딸들은 안 먹고 멍을 때린다. “밥을 줄까?” 라 물으니 화색이 돈다. 간장 계란 버터 비빔밥이 딸들의 허기를 달래준다. 여기 와서도 계속 밥만 찾으니.. 아니 밥하고 치킨만 먹는 딸들.. 도시락은 어떻게 싸줘야 할지 고민이다. 도시락 땜에 며칠 머릿속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젯밤에는..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맑은 날씨와 고요한 동네, 타인의 시선에서의 자유료움, 여유로운 마음, 광활한 자연을 생각하니 조금 더 버텨보기로 한다. 나처럼 왔던 엄마들이 또는 가족들이 1-2년 생각하고 왔다가 거의 다 눌러 앉는다고 한다. 나는 무조건 돌아갈 건데, 돌아갈 거예요.. 라고 하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할 수 없다.
내 방을 따로 갖고 싶지만 방이 2개뿐이어서 딸들과 같이 방을 쓰고 있다. 나의 24시간이 노출된다. 슬퍼도 슬퍼할 수 없고, 화나도 화낼 수 없고, 최대한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핸드폰을 실컷 보고 싶어도 내가 보기 시작하면 따라 보기 때문에 조심한다. 빨리.. 학교 가… 제발. ㅋㅋㅋㅋ 노동절 모닝 루틴, 상념 아니 잡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