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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근육 발달

2025.11.5 (10m 14d)

by 슈앙

하루가 다르게 섬세해지는 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육아의 또 다른 재미다. 손뼉이나 반짝반짝처럼 쉬운 동작부터 잼잼, 곤지곤지같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손 놀이까지 다양하다. 하나씩 섭렵해 나갈 때마다 폰카메라를 후다닥 켜서 들이댄다. 그러면 또 기가 막히기 안 하기도 하지만, 어쩌다 찍으면 동네방네 자랑 안 할 수가 없다.


여러 책이나 유튜브에선 소근육 발달을 중요하게 다룬다. 양갱이는 90일 즈음에 손을 찾았다. 요리조리 돌려보며 관찰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주먹고기를 맛나게 먹고 손가락을 빨면서 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듯했다. 바닥에 테이프도 붙여서 떼게 해보기도 하고 주방 도구를 몇 개 던져주며 쥐고 놀게도 하면서 소근육 발달에 신경 썼지만 쉽지 않았다. 종이테이프는 쓰레기가 생기고 주방도구는 바닥에 뒹굴고 침범벅이 돼서 설거지거리만 늘어났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장난감이 제일 낫다. 장난감 도서관에서 월령수에 맞는 장난감을 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중 양갱이가 제일 오래 집중하고 소근육 발달에 최고인 장난감은 바로 비지쥬였다. 처음에 비지쥬에 달린 구슬을 때리기만 하더니 2주 만에 옮겨서 깜짝 놀랐다. 더 이상 빌리지 않고 당근에서 아주 저렴하게 3천 원에 샀다. 원래는 6만~8만 원으로 꽤 비싸다. 비지쥬는 지금까지도 양갱이의 최애템이다. 나무로 만들어져서 딱 내 스타일이기도 했다.

오늘도 심취해서 구슬을 옮긴다


손뼉이나 반짝반짝 같은 손 움직임뿐 아니라 10개월 아기 손가락으론 불가능한 핑거스냅(손가락 딱딱 소리)도 보여준다. 똘망똘망 유심히 관찰하더니 따라 하려 한다. 못 해도 해보려는 양갱이가 기특하면서도 웃기다. 무엇보다 기특한 건 불끄기다. 침대에 눕히기 전에 양갱이를 안아 함께 돌아다니며 소등한다. 일주일 한 번 겨우 하더니 이제는 매번 스위치를 내린다. 딸깍 불을 끌 때까지 안고 기다리기도 해야 했기에 양갱이의 소등 능력뿐 아니라 내 팔근육도 키우는 과정이었다. 손을 점점 더 잘 활용하게 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집안이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이 모든 것이 발달 과정이려니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아니다. 기특하기만 하다.

핑거스냅 따라하기
직접 불 끄기

실은 빨리 발달해줬으면 하는 소근육은 따로 있다. 침 삼킬 수 있는 하관 근육과 똥기저귀를 뗄 수 있는 괄약근. 하루에 족히 열 장 넘게 푹 적시는 침받이나 매일 삶아 빨아야 사는 똥기저귀가 귀찮아서가 아니다. (솔직히 너무 & 매우 귀찮다) 침독이 올라 불그스름한 목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기 바라고 요로감염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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