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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 재우기

2025.11.7 (10m 16d)

by 슈앙

최근 들어 재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활동량이 많아지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니

침대에 눕혀도 재우는 데까지

최소 30분은 족히 걸렸다.

눕히면 도망가고 눕히면 도망가고.


이젠 거뜬히 우리 침대로 올라와 버리니

혹시 또 떨어질까 노심초사다.

매트리스 아래로 내려가는 법을 터득하더니

눕혀도 눕혀도 계속 탈출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온 방을 휘젓고 침대로 복귀하길 기다린다.

졸리면 오긴 하니 말이다.


나는 아기 침대를 사지 않았다.

이케아 매트래스와 갈비살만 설치하고

집에 있는 쿠션으로 주변을 둘렀다.

비싸고 얼마 쓰지도 않을 침대는 사기 싫었다.

나중에 아이 방을 따로 꾸밀 때,

좋은 매트리스로 된 침대를 사기로 하고

영유아기의 침대는 최소 금액과

집에 있는 물건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70cm 칸막이에 쿠션으로 둘러싼 아기 침대가

요란하고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 이유가 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기 침대를 살 순 없으니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다.


빨리 재울 량으로

사흘 전부터 업어 재우기 시작했다.

업으니 15분도 안돼서 잠이 들었다.

양갱이를 계속 끌어다 눕히며 재우는 데

30분에서 한 시간이 걸렸는데

업어 재우니 금방이다.

밤잠 잘 때도 안아서 엉덩이 토닥이며

자장가 불러준 뒤 눕히면

행동반경이 침대로 확 줄어들고

빨리 잠이 든다.


정해진 시간에 눕혀

스스로 자는 법을 깨쳐야 한다는 강박에

졸리든 안 졸리든 시간 맞춰 눕혔었다.

수면 의식도 꼬박꼬박하고 말이다.

책대로 아무리 한들

침대에선 졸리다가도 다시 살아나

도망가면 끌어다 눕히고 올라가면 내려 눕히고.

너무 힘들었다.


양갱이 신생아 때,

그 때도 재우기 힘들어하는 내게

릴리안이 말했다.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우게 된다면

항상 안아 재울 거라고.

언제까지 안아 재울 거냐고 물었다.

아이가 혼자 자겠다고 할 때까지란다.

그 말은 항상 내 머릿속에 남았지만

수많은 책과 유튜브 전문가들은 반드시 눕히랬기에

어떻게든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눕혔다.


지금은 에라이 모르겠다.

이게 퇴행일지라도 엄마 품에 안겨 자버려라.

시간제 보육 체험했던 어린이집 원장님도

돌까지는 엄마 품을 느끼면서 자도 괜찮댔다.

안아 재우니 훨씬 푹 자는 거 같다.

밤잠 중에 깨는 것도 줄었고

업어 재운 낮잠은 2시간도 자버린다.


나도 양갱이 안으니 얼마나 포근하고 따스한지 기분이 너무 좋다.

마음도 편하다.


자다 깬 양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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