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숟가락 연습 시작할 때는
이게 맞나 싶었다.
밥알은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아무리 바닥을 청소해도
끊임없이 밥풀이 나오는 것은 참 희한한 일이다.
거실에서 먹은 밥알이 왜 안방에서도 나오는 걸까.
게다가 밥 먹는 내내 숟가락을 집어던졌다.
한 끼에 10번 20번 넘게 던진다.
주워오는 것은 당연히 나의 몫이다.
숟가락을 다시 쥐여주면 보란 듯이
툭! 떨어뜨린다.
멀리 집어던지는 것보다 바로 아래로
툭 떨어뜨리는 게 더 기가 막힌다.
이 정도면, 알고 저러는 거다 싶다.
엄마 똥개훈련시키는 것도 발달 과정이려니 한다.
처음에는 매번 물로 씻어 갖다 바쳤지만
애는 더럽게 키우기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젠 그냥 준다.
앤 설리번 선생님이 헬렌켈러에게
숟가락 사용법을 가르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던지면 쥐어주고를 반복했다던데
나는 어느 시점부터 포기했다.
'늦어도' 8개월에는 숟가락 연습을
시작한다던 유튜브 영상보다
주변 사람들 의견에 귀 기울였다.
돌 지나서 가르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4살이 돼도 다 흘리면서 먹는다며
서두를 필요 없다고들 했다.
그래. 내 평생
숟가락으로 밥 먹을 줄 모르는 사람 본 적 없다.
청소는 둘째 치고,
버려지는 이유식이 너무 아까웠다.
먹을 게 귀하던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 않겠는가.
그냥 숟가락을 쥐여주기만 하거나,
양갱이가 숟가락 뺏으면 순순히 뺏기기만 했다.
가끔 요거트를 혼자 먹도록 해보긴 했다.
온 얼굴로 먹은 요거트는 양갱이의 얼굴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았다.
안 그래도 건조하고 침독이 잦아들지 않았던 터라 피부에 양보한 거라 생각했다.
매번은 아니고 목욕을 앞두고 가끔이다.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숟가락에
이유식을 얹어 줘 보았다.
엇!
제법 흘리지 않고 숟가락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이유식을 줄 테니 숟가락 달라고 하면
꽉 쥐고 있던 손아귀를 스윽 풀기도 한다.
드디어 말이 통하는 것일까.
이유식을 다시 얹어 주니 곧잘 입에 넣어 먹는다.
물론 밥알은 또 여기저기 튄다.
그래도 예전만큼 아까울 정도는 아니라
한 수저 정도의 양에서 끝났다.
신기해서 요거트도 숟가락에 얹어줘 보았다.
이유식보다 더 맛있는지,
요거트는 한 숟가락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떠오라는 뜻이다.
얼굴에 묻은 요거트도 예전에 비해 한결 적어졌다.
오~ 어느새, 숟가락 사용하는 게 훨씬 좋아졌다.
네가 배우긴 배우는구나~
매끼는 아니고.. 하루에 한 끼정도는
이렇게 직접 먹게 해 볼까 보다.
그런데 언제쯤 스스로 퍼먹을까.
그건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