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기가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늦은 거야

2025. 9. 3 (8m 12d)

by 슈앙

양갱이를 들어 올려 뽀뽀하려고 얼굴을 맞대어 마주 봤다. 흐릿하다. 내 아이를 멀리 해야 또렷하게 보인다. 작고 얇지만 날카로운 손톱이 내 얼굴과 양갱이 얼굴을 할퀸다. 깎아야 하는데 애가 바둥거리는 건 둘째치고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뒤로 쭈욱 빼고 봐야 겨우 보이는데 그러면 자세가 안 나온다.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하기 싫지만.. 노안이다.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 검은 머리카락을 유지해서 다행이다 했는데 웬걸 하나둘씩 삐죽 나오는 흰 머리카락이 야속하다.


27에 날 낳은 엄마는 나의 손목 통증과 무릎 쑤심과 허리 욱신거림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었다. 양갱이 4개월 즈음, 대구 친정집에 양갱이와 내려갔을 때였다. 힘쓰는 일, 설거지 등 어련히 해왔던 집안일을 시키셨다. 겨우 나아가던 손목이 너무 아파 예정보다 일찍 우리 집으로 돌아갔다.


제일 아쉬운 건 주변에 양갱이 또래 아기 엄마들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은 대체로 초딩맘이다. 조리원에 가지 않아 조동도 없고 문화센터는 이미 잡혀진 무리 속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나처럼 늦은 결혼과 출산한 지인들을 겨우겨우 긁어모아 6팀을 찾아냈다

그중 4팀은 동호회, 2팀은 회사.


그제는 동호회파 4팀을 만났다. 서로 알고 지내기에 다 같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개월 청룡이, 6개월 콩떡이, 4개월 또롱이, 그리고 8개월 양갱이.


서로의 아기를 살펴보고 발달 상태를 비교하기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며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얘기 나눈 시간이 얼마나 되나 싶다. 우째우째 허겁지겁 점심을 해결하고 카페에 갔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또롱이는 배고프다고 울어서 수유실에 갔고, 청룡이는 소리를 질러 밖으로 자중시키러 나갔고, 콩떡이는 잠 와도 유모차에서는 안 자겠다 찡찡대서 엄마품에 안기다 잠들었다. 양갱이는 다행히 유모차에서 자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오래 재우려고 유모차 끌고 다니러 나갔다. 결국, 카페에는 콩떡이만 홀로 자리를 지켰다. 커피는 식어가고 아이스티의 얼음은 녹아 제 맛을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집안에서 홀로 아기와 보내는 것보단 어수선해도 모여 있으니 너무 좋다.


청룡이네, 또롱이네, 양갱이네 모두 40대 노산모다. 30대 중반인 콩떡이네는 억울하겠지만, 이번 모임은 노산모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룡이 엄마가 굉장히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주변에 애기들이 너무 없지 않아요? 용띠가 없어요. 내가 친구가 없는 걸까요?’


내가 말했다.


’어. 우리가 친구가 없는 거야. 작년은 청룡의 해라 아기 많이 낳는 해였어. 우리가 너무 늦은 바람에 애기 엄마 친구가 없는 거야.‘


콩떡, 또롱, 양갱, 청룡





어디서 요론 귀여운 표정을 배웠을꼬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29화8개월 육아맘의 모닝 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