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대한 同床異夢
땅 좋고, 호재 있고, 싼 곳은 없다
10년 전
“ 여보는 이런 소나무 한 그루에 얼마인지 알아? 장난 아니게 비싸.”
“ 나는 시골에 땅을 사서 소나무를 왕창 심고 싶어. 그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겠지. 그러면 아이들 시집, 장가갈 때 팔아서 도와주는 거야. 또 손자 손녀들이 대학 갈 때도 하나씩 팔아서 학비도 줄 수 있지. 대단한 아이디어 아니야? 그러면 자자손손 나를 멋진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쩝쩝...) 아... 난 소나무는 모르겠고. 차라리 2호선 라인에 썩은 아파트 두 개 사서 애들 앞으로 해주는 게 멋진 조상님 되지 않을까?”
“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리고 2021년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누구인가 생각하게 하는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 2호선 라인에 썩은 아파트들도 10억이 넘고 소나무를 찬양하는 자는 에버그린 소나무처럼 여전히 소나무 심을 땅을 노리고 있었다.
“남편아, 소나무도 좋지만 일단 땅값도 좀 올라야 하니깐 너무 시골에 넓은 땅만 생각하지 말고 작아도 소나무도 키우고 향후에 개발도 될 수 있는 땅을 찾아보자.”
이렇게 너(소나무)와 나(개발호재)의 합의점에서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돈은 아담하고, 대출은 무섭고, 전국적으로 집값이든 땅값이든 오르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생각해 보면 싸게 좋은 땅을 찾고 싶은 우리의 희망은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의 것이었다.
우선 지도를 놓고 천안에서부터 시작했다. 천안 도심은 비싸고 소나무도 심을 수 없고, 아산은 신도시 개발로 난리고, 세종은 올려다볼 수 없고, 평택, 안산도 어마어마하고... 소나무 심으러 경상도, 전라도까지 갈 자신은 없으니 우린 왜 이렇게 무모하냐 한탄하며 그다음으로 평택, 화성, 봉담 구석구석 열심히 찾아봤다. 진짜 땅값이 이렇게 오를 때까지 나는 뭐 하고 있었던 거냐. 도시가 탈바꿈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이 동네 손바닥 만한 맹지도 살까 말까 했다.
‘안 오른 곳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