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이직 에피소드1
컨설팅 펌에서 일하다 기업으로 들어와,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다. ‘내 일’보다는 ‘우리 조직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거였다.
굳이 따지자면, 난 직무 전문가에 가까웠다. 컨설팅 펌에서 직무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도 없이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직하고 바로 프로젝트를 이어받았을 때도 사실 크게 어렵진 않았다. 하던 일이라,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개선하는 것도 익숙했다. 처음 들어와서 팀장님께서 큰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선배들도 나에게 직무 용어를 물어봤다. "이건 무슨 뜻이에요?", "기획할 때 어떤 노하우가 있어요?", "주로 어떤 프로세스를 따와요?", "프로젝트 뭐 해봤어요?" 등 많이 궁금해하셨다. 늘 해온 일이니, 대답하기도 쉬웠다. ‘맨날 야근에 힘들게 구른 보람이 있구나’ 우쭐한 맘도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업무가 아니었다.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이번에 HDP 들었어요? 레벨3 부분이라던데.”
“이번 PE 좀 괜찮아졌던데요.”
앞에서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HDP니, PE니, AVN이니, 알 수 없는 용어들 대잔치였다.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의 용어들이었다. 그런데 모빌리티 산업은 난생 처음이라,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놓친 게 생각났다. 나는 직무 담당자이기 전에 어떤 산업에 속한 한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실과 산업과 조직을 알아야 그 안에서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상품을 만드는 것도, 그렇다고 파는 것도 아니고. 나는 교육부서인데, 스텝 부서이니까 상품이랑 큰 접점이 없잖아? 산업이나 제품을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못된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 이윤 추구는 수익에서 나오고, 수익은 상품을 만들고, 팔아야 나온다. 그래서 상품이 뭐냐, 그 상품의 산업군이 뭐고, 어떻게 움직이냐가 가장 중요했다. 직무보다도 먼저 말이다. 더 큰 단위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내 직무 전문성만, 내 프로젝트만 보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직무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산업 전문성을 우선 키우려고 한다. 상품, 용어, 트렌드 등 공부해야 될 건 2배가 됐는데, 암기력은 예전같지 않아서 매번 핸드폰으로 몰래 찾곤 하지만. 이것 또한 성장이고, 내 또 다른 전문성을 위한 일이니 잘해봐야지. 오늘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표정은 여유롭게,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인다.
TIP 1. 메인 부서가 아니더라도 산업 공부는 필수! 이때부터는 ‘직무 전문성 < 산업 전문성’이다. 내 산업/조직의 용어부터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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