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이직 에피소드2
기획했던 교육 프로그램이 두 달 정도 밀린 적이 있다. 이유는 기획이 제대로 안 돼서가 아니라,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서였는데, 그래서 억울했다.
이직하고 얼마 안 돼,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열정이 솟아나는 입사 초였으니, 사전 설문을 분석해서 대상자 요구에 딱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보고도 하고, 협력업체에 매달려 바쁘신 원픽 강사님도 섭외했다. 프로그램은 의도에 맞게 내용을 세분화해 여러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었고, 강의장도 이왕이면 더, 더 좋은 곳으로 섭외했다. 그리고 실행 한 달 전, 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대상자가 회사에서 여러 문제를 논의 중인데, 아직 협의점을 찾지 못해, 교육을 진행하기는 뒤숭숭하다는 이유였다. 교육은 시행 예정일에 맞춰 준비했기 때문에 시기를 미루면 콘텐츠도, 강사님도, 구성도 모두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엔 프로그램이 너무 아까웠다. 기획도, 운영 준비도 끝나서 그냥 하면 될 것 같았다.
"팀장님, 두 달이면 너무 밀리는 거 아녜요? 기획 다 됐으니까 빨리 할 수 있어요."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팀장님께서 뭔가 생각하시는 듯하더니 대답하셨다.
"결국은 잘, 실행돼야 하는 거잖아."
"교육은 기획이 잘 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잘 실행돼서 대상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우리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이걸 둘러싼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되는 이유야. 대상자 입장에서 생각해 봐. 내가 가진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잘 만들어진 교육이라도 집중이 되겠어? 들어오겠냐고. 그래도 이때쯤이면 마무리될 테니까 교육은 이쯤 다시 이야기해보자.”
아쉬움은 한 가득이었지만, 그날 결국 준비했던 교육을 모두 취소했다. 프로그램도, 강사님도, 강의장도. 잘 기획만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이 잘 되려면 프로그램 자체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것들도 살피면서 ‘잘’ 실행 될 수 있는 '시기'도 판단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지금, 팀장님이 말씀하신 ‘이때쯤’판단은 거의 들어맞았다. 문제는 예상했던 시기에 마무리됐고, 이후 진행된 교육에 대상자 분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큰 조직에서 일하며 더욱 느낀다. 일이 '잘' '되게' 하려면 더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걸. 그러려면 내 조직과 주변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TIP 2. 일이 ‘잘’ ‘되게’하려면 조직 분위기/히스토리를 알고 있을 것. 보통은 팀장님이나, 근속연수가 긴 선배에게 물어보면 좋다. 큰 조직이라면, 기사나 뉴스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
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vector/hand-drawn-people-asking-questions-illustration_13379595.htm#page=2&query=%EC%83%9D%EA%B0%81&position=20&from_view=search&track=sph&uuid=5abd62bd-715f-4791-b537-d55e555d4ff4">Freepi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