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이직 에피소드7
그러니 누군가 “그걸 왜…“라거나 ”꼭?”이라고 말한다 해도, 나만의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
타 부서 주무 팀에서 “우리 현장에 이런 교육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그 부서의 교육 담당자인 나는 연차도 낮고, 이직을 해서 현장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설문을 하려 했다. 일명 나의 ‘고객님들’, 현장 임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현황조사 설문이었다. 지금 현장에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일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간단하게 물으려 했다.
팀장님께 설문조사 계획을 보고했다. 팀장님은 물으셨다. ”왜 꼭 현상 파악이 필요해요? 이미 주무부서에서 상황을 알고, 교육을 요청했다면 왜 굳이?" 사실이었다. 거기에 몇 년, 아니 몇십 년이고, 일하신 분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요청이니, 내가 굳이 현장에 가서 다시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분석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나름 이유는 있었다. 작년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내가 들었던 내용과 진짜 현장 상황이 좀 달랐던 경우가 있었고, 그때 ‘고객’에 직접 소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진짜’,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래서 설문 문항을 만들고, 책임님, 팀장님께도 피드백을 받았다. 귀찮은 작업이어도 감사하게 모두 피드백을 잘 주셔서 좋은 문항으로 계속 다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을 시점. 중간 확인 차 들어가 본 설문 플랫폼에서 벌써 절반 가까운 분들이 응답하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꽤 유효한 데이터들도 나왔다. 응답하기 쉽게 내용을 줄이고 줄였지만, 내가 봐도 쓰기 귀찮아 ‘답 얻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던 주관식 문항에도 응답이 길게 적혀있었다.
현상은 내가 들은 요청 그대로였다. 그래서 다 잘라내고 본다면, 설문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내게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이직하고, 경험도 많지 않아, 우리 고객님들과 조직에 대한 경험 데이터가 많지 않은 내게 설문은 현장 상황이 어떤지, 내 고객님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직접’ '필터 없이 생생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설문은 그들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밀어줄, 눈에 보이는 단단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긴다거나,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면, 모든 건 다 내 공부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이 아닌, 내가 직접 파헤치고 내 손으로 긷어 올린 경험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내공과 실력이 되어 나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줄 거라 믿는다. 그러니 회사에서 하고 싶어 할까, 말까?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이유가 있다면,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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