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이직 에피소드6
요즘 내가 하는 일은 이렇게 불리지만, 난 열심히 일하면서 원하는 걸 배우고 있다. 대충 하거나 불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어떻게 안 그러냐고? 내가 바라보는 건 그 사소하다는 일이 아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도 교육을 시작했다. 여러 교육 계획 중 가장 먼저 시작한 교육은 OJT 성격의 교육이었다. 기획적인 요소가 들어가거나, 직접 콘텐츠를 개발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큰 틀을 짜고, 연관 팀들이 사내 강사로 투입돼 교육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구성/일정 조정만 잘하면 되는 일이었다. 규모도 줄었다. 처음엔 숙박 교육으로 규모가 꽤 크게 잡혀있었는데, 당일 비대면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연도 프로젝트 중에선 ‘가장 사소하다’고 말하는 교육이었다. 사실이었다. 규모나 중요성으로 보았을 때는. 그래서 처음에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너무 사이드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는 말도 들었다. 팀장님 역시 “할 거면 작게 하자”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안 하면 대안이 없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난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었고, 잘 해내야 했다. 그게 내 역할이기도 하니까, 나조차 사소하다고 느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간 내가 하는 일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빠져서, 일하는 내내 몰입도 못하고, 도태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얻어가자고.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곳에 적응할 기회를 잡았구나!' 주로 많은 관련 팀을 도와서 구성/일정을 조율하는 일을 한다면, 내가 가져갈 것은 '이 조직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그리고 '저 사람이 누구인지 익히는 일'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도, 규모를 떠나서, 얻어낼 것이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니 점점 더 몰입하게 됐다. 스스로 사전 설문도 돌리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나는 여기서 가져갈 게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직하고 나서 가장 많이 조직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누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지도 알게 됐고, 상대에게도 내가 누구인지 알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걸로 새로 오신 팀장님, 그리고 팀원들과도 상의하면서 업무적인 친밀도를 높일 수 있었고, 다른 팀들도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떻게 소통해야 더 잘할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 연차라,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일을 맡는다. 그럴 때마다 담당자인 나조차 ‘그래, 내가 하는 일은 보잘것없어’라고 젖어들면, 몰입도 못하고, 배운 것도, 성장도 없이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에 몰입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러니 종종 사소해 보이는 일로 현타가 올 땐 이렇게 생각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소한 것에서도 나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그래서 오늘도 난 자리에 앉아 이런 주문을 외우고 시작한다. '사소하다 해도 괜찮아! 내가 배울 부분을 발견하고 얻어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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