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편안한 속을 챙기는 - 채식 (5) 채식의 즐거움
(5) 채식의 즐거움
고기를 덜어내고 채소들의 새로운 맛을 만나게 되어 신난다.
당근과 양배추를 얇게 썰어 요리초에 절인 후 물기를 꼭 짜서 구운 식빵 사이에 넣고 머스터드소스를 뿌리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상큼한 샌드위치가 된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건포도, 아몬드, 하프마요네즈와 섞어 바삭하게 구운 깜빠뉴에 발라 먹으면 고소하고 부드럽다. 양상추에 로메인, 치커리, 비타민, 라디치오 등이 더해진 샐러드를 먹고 있다. 여름이 샐러드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구운 채소의 계절이다. 가지, 단호박, 양파, 버섯을 구워서 들기름을 넣은 양념간장에 찍어먹으면 담백하고 든든한 맛에 반하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나물이 그냥 나물맛이지 했는데, 요즈음에는 산나물 정식을 찾아다니며 먹는다. 작년 겨울에 찾은 오색약수 근처의 산채나물 파는 식당에서 더덕구이 정식을 먹었는데 또 찾아가려고 한다. 거기서 사온 말린 취나물도 소중히 데쳐서 볶아 먹었다. 마지막 취나물을 볶으며 ‘더 사 왔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나물의 다양한 맛과 향을 알게 되어 잘 먹고 지낸다.
신선하고 건강한 채소의 맛과 더불어 빛깔과 향을 느끼게 되어 좋다. 채소와 과일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보고 있으면 어찌나 고운지 톡톡 눌러보게 된다. 가지런히 썰어두기만 해도 예쁘다. 잎채소들도 초록색이라 묶어 말하기 미안하다. 저마다의 색과 빛이 있다. 채소를 썰면 단면에서는 채소의 맛과 닮은 향이 난다. 향은 담지 못해도 색감이라도 담아두고 싶어서 음식을 차리고 사진을 찍어두게 된다.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있다. 채식을 하면서 싱겁게 먹게 되었고 맛은 더 잘 느낀다.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꼭 필요했는데 이제는 나물들의 간이면 충분하다. 심심하면 채소를 찍어먹는 양념간장을 조금 더해서 비벼 먹는다. 샐러드에도 드레싱을 부어서 먹었는데 요즈음에는 찍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단맛에서도 약간 멀어졌다. 과일에서 맛보는 은은한 달콤함이 좋아졌다. 가끔 동네 카페의 아인슈페너를 먹으며 화려한 달콤함을 맛보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커피에 시럽을 넣지 않고 마시고, 옥수수수염차, 보리차, 녹차 등을 자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