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몸의 건강함을 챙기는 - 운동/ (2) 운동의 시작 - 수영.2
/ 수영하는 언니들의 이야기 : ‘나를 위한 유일한 시간’ & ‘괜찮아’
수영을 배우는 초반에는 고개를 돌리는 박자가 어긋나고 겁내느라 물을 생각보다 많이 들이켜게 된다. 그래서 수영복을 갈아입기 전에 ‘깨끗하게 씻기’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동시에 위하는 일이다. 차가운 겨울 공기에 몸에 소름이 사사삭 돋지만 따끈한 물로 씻고 있으면 상쾌하다. 이 샤워기를 끄면 다시 차가운 공기를 느껴야 해서 아쉬웠다. 아침에 알람에 눈을 뜨고도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 괜스레 아픈 데는 없나 꼼꼼히 살핀다. 그렇게 수영을 빠질 핑계를 찾는 나를 일으켜 씻고 있다니 기특했다.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지 못해 강습시간에는 시무룩했지만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었다.
답답한 강습시간이 지나가고 씻으며 같은 반 언니들의 수다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언니들은 20대 중반의 나를 상큼하다며 귀여워했다. 그때는 나의 어떤 점이 상큼한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20대를 볼 때 언니들의 표현이 이해가 간다. 젊음은 꾸미고 가꾼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에 부여받은 에너지다. 그 뿜어 나오는 상큼함과 생생함을 놓치지 말고 맘껏 뽐내고 누렸으면 좋겠다. 그때의 상큼함과는 다르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에너지가 있다. 지금의 에너지가 10년, 20년이 지나면 또 얼마나 소중하고 그리울지 생각한다. 지금을 잘 누리고 싶다.
언니들은 짧은 샤워시간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수영하러 오는 시간은 온전하게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라서 좋다고 했다. 나는 알람을 두 번은 끄고서야 겨우 일어나는데 언니들은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서 알람 없이도 잘 일어난다고 했다. 나는 5분 거리의 수영장까지 오는 길에서도 ‘다시 돌아가 잘까?’ 하며 갈등하는데 20~30분씩 차를 몰고 오는 언니도 있었다. 가족들의 일상이 매끄럽게 흘러가게 하기 위해 언니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 일어나고 수영이 끝나면 머리도 다 말리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언니들의 씩씩한 뒷모습이 멋졌다.
많은 정보들이 날아다녔다. 초보 엄마들은 육아에 대해 물었고, 제철 음식들, 할인 정보, 새로 나온 아이템들의 생생한 후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언니들이 좋다고 한 제품들은 가성비가 뛰어났다.
남들에게는 별 고민이 아니지만 나한테만은 성가신 고민도 언니들과 수다로 일부를 덜어냈다. 나는 다리가 굵어 반바지도 안 입는다. 그래서 다리를 드러내는 수영복을 입기가 부담스러웠다. 누구도 나의 종아리 굵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혼자서 고민을 무겁게 들고 다녔다. 언니들과 친해지고서 다리가 굵어 고민이며 수영해도 날씬해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언니들은 웃으며 나이가 들수록 튼튼한 하체가 좋다며 건강을 위해 운동은 꼭 꾸준히 하라고 했다. 짧은 시간에도 누군가의 고민을 지나치지 않고 ‘괜찮아. 다 잘 지나갈 거야.’라는 위로가 있었다. 당장 해결되진 않아도 ‘괜찮아.’, ‘다 지나가. 지나 보면 별거 아닐 거야.’ 대답이 건네졌고 우리는 조금은 안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시원한 웃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면 마음속에서 약간 힘이 생겼다. 회사 일도 힘들고 고시원 생활도 부대낄 때 그 작은 힘은 하루를 시작할 온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시간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