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몸의 건강함을 챙기는 - 운동/ (2) 운동의 시작 - 수영.3
/ 오! 나간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기대 없이 발차기를 했는데 앞으로 ‘쓰윽’하고 나갔다.
‘이게 뭐지? 앞으로 나갔다!’
그동안 전진도 못하고, 방향 유지도 못해서 제일 나중에 출발해도 되돌아오는 사람들까지 방해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앞으로 나간 것이다.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이 날을 시작으로 진도를 서서히 따라가게 되었다. 자세는 엉성해서 많은 교정이 필요했고, 최선을 다해 발을 차도 강사님은 더 힘껏 차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제 기죽지 않았다. 물을 차고 나감을 느끼고서 자신감이 채워졌고 재미가 느껴졌다. 여전히 맨 뒤에서 출발하지만 물을 가르고 나가는 느낌에 기분은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있었다.
지루한 발차기 연습을 지나서 팔 동작을 배우고 자유형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차기를 막 시작한 내게 리듬감은 없었다. 팔 동작과 고개를 돌리는 박자가 어긋나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서 물은 코로 들어오고 때론 들이키기면서 자유형을 배우고, 배영을 배우고, 평형을 배우고, 드디어 멋진 수영의 대명사인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이사이 난관은 많았다. 배영을 배우면서 몸이 물에 뜨지 않았다. 몸에 힘을 빼야 하는데, 몸이 가라앉을 것 같고, 누워있는 얼굴로 물이 계속 튀니까 긴장이 되어 힘이 꽉 들어갔다. 수영장 깊이는 서있으면 바닥에 발이 닿고 얼굴도 밖으로 나온다. 가라앉으면 일어서면 되고 물을 들이켜도 많이 마시는 일은 드물고 거의 뱉어 낼 수 있는데도 겁을 내며 허우적거렸다. 그나마 평형은 쉽게 배웠다. 접영은 배우긴 배웠는데 혼자 해보려면 부끄럽다. 마음과 몸이 가장 따로 움직인다. 우울하면 접영 하는 나를 상상해 본다. 척척 앞으로 가지 못하고 엇박자로 어푸어푸푸 하는 모습이 떠올라 창피한데 웃기다.
수영을 어느 정도 배우면 턴과 입수 강습이 시작된다. 언제까지 물 안에서 출발할 수는 없으니까. 턴과 입수로 인해 수영은 더 멋져 보였지만, 보는 것과 내가 하는 것은 달랐다. 처음에는 높은 스탠드도 아니고 늘 물에 들어가던 그 위치에서 입수방법을 배우는데 그것도 무서워서 머뭇대가 얼굴과 배로 물에 엎어졌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물먹고 물안경 벗겨지고 놀라서 혼자 허우적허우적... 그렇게 입수 연습을 하는 날마다 두려움을 쌓아가다 어느 날 ‘더는 못하겠다.’하고 그만뒀다. 긴장되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견디고 물에 뛰어드는 게 버거웠다. 물로 퐁당 뛰어들어 쓰윽 빨려 들어가면 되는데 그걸 못하는 내가 싫었다. 입수를 배울 때 수영 배우기를 그만둔 것을 지금은 후회한다. 그 고비를 넘었더라면 나는 더 멋진 수영실력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배우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창피함과 두려움을 견디며 자유형, 배영, 평형, 그리고 약간의 접영까지 배운 내가 대견하다. 이렇게 수영을 약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 수영의 도움
가까운 체육센터에서 자유수영 쿠폰을 끊고 수영을 한다. 물을 가르며 앞으로 스르륵 나가는 느낌이 상쾌하다. 땀 흘리지 않고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라 좋다. 들어가기 전에 씻고, 나와서 또 씻는 깔끔한 운동이라 마음에 든다. 뭉친 어깨도 풀어지고 관절에도 좋은 운동이어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더 즐겨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숙소에 수영장이 있는지 확인해서 수영복을 챙긴다. 시간이 넉넉하니 자유형으로 라인을 천천히 왔다 갔다 하고 나면 피로가 풀려서 잠도 잘 오고, 무엇보다 여행에서 느껴지는 일상탈출의 즐거움이 더 커진다. 야외 수영장에서 하늘을 보고 둥둥 떠 있으면 자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몸이 잠긴다는 두려움이 없어지니 바람에 살랑거리는 물의 흐름이 더 잘 느껴져 긴장이 풀어진다. 그럴 때마다 수영을 배우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수영 덕분에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초여름은 괜찮지만 열대야가 이어지면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퇴근 후 수영을 하면서 낮에 쌓인 열기는 빠져나가 체온이 좀 떨어지고 적당히 피곤해져서 솔솔 졸음이 와서 그럭저럭 열대야도 견딜 수 있었다. 물을 가르고 나오면 복잡했던 하루의 생각도 정리되는 것 같아 수영을 마치고 집에 오는 여름 저녁의 길은 후덥지근해도 마음은 시원했다. 편의점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 바나나 우유라도 먹는 날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래서 운동해도 살이 안 빠졌겠지만, 달콤한 기억을 남겼으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