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일요일 새벽, 반려견을 데리고 차를 몰아 조금 먼 공원으로 향한다.
그곳의 풍경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순수한 기쁨과 행복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호숫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호수 위에 낮게 깔린 안개는 주변의 모든 윤곽을 부드럽게 지워버렸다.
수묵화 속의 여백처럼, 세상은 고요하고 몽환적인 모습이다. 차갑고 습한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정신을 맑게 해 준다.
짙푸른 새벽하늘, 잔 가지 위에 창백한 보름달이 당당하게 걸쳐있다.
그 위로 빛나는 별 하나, 존재감을 뽐낸다.
"꽥! 꽥꽥 액!" 요란한 청둥오리의 울음소리가 고요를 깨트린다. 요란한 소리와는 다르게, 윤기 나는 청파란색과 잿빛이 어우러진 깃털을 두른 오리들은 작은 점처럼 물 위에 평화롭게 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가느다란 두 줄의 물결이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나무다리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오리들이 맥이질을 시작한다. 부지런히 머리를 물속에 박았다 꺼낸다. 윤기 나는 깃털은 물방울을 머금고 빛난다. 먼 거리에서 한가롭게 느껴진 그들의 모습은 가까이 갈수록 삶을 영위하기 위한 치열한 움직임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과 치열한 생존이 공존하는 풍경에 깊은 감탄이 인다.
'쉬익—' 바람결에 가는 갈대들이 속삭이듯 흔들리는 물가, 새하얀 백로 한 마리가 가느다란 다리로 우두커니 서있다. 추위를 견디는 듯 몸을 움츠린 그 모습에 고독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가만히 바람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외롭지 않을까. 잠시 상념에 잠긴 순간, 새들을 발견하고 흥분한 반려견이 짖어대는 짧고 높은 소리가 나를 현실로 되돌린다.
다시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 컴컴한 길 앞쪽, 저 멀리 샛노란 빛깔이 환하게 비치며 길을 밝혀준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카페의 불빛이다. 카페에 도착하니 훈훈한 공기가 온몸을 반겨준다. 잔뜩 얼어버린 손을 따스한 커피잔에 감싸자, 손가락 끝부터 온기가 서서히 퍼져 나간다. 갓 내린 커피의 쌉싸름하고 깊은 향을 들이마신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 동쪽 하늘에 주황색 햇빛이 주변을 물들기 시작하면 세상은 자신의 색깔을 되찾는다. 환한 빛을 보며 나는 오늘을 살아갈 깨끗한 힘을 얻는다.
힘차게 4킬로미터를 뛰고 걸으며, 고요 속에서 나를 마주한 새벽.
나는 나에게 따뜻한 긍정의 위로를 보낸다.
작가 노트
새벽의 고독 속에서 느낀 자연이 주는 고요한 위로와 하루를 시작할 순수한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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