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장미처럼 삶을 버티는 그녀와 나, 작가님들에게

by 끌레린

그동안 매일 독서 인증만 하다가,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글 쓰러 브런치에 들어왔습니다.

한동안 보기 괴로웠던 브런치스토리 화면이 오늘은 제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합니다.

이제 다시 사람들과 연락도 하고 줌 강연에도 참석하고 운동챌린지도 재개하면서 2분기를 제대로 보내려고 해요. 어제는 두 시간 줌 강연을 듣고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어버렸지만, 서서히 기초 체력을 쌓아갈 계획입니다.


3월 마지막 날이자 1분기의 마지막 날, 저는 예전에 신청해 두었던 암환자의 투병기와 사회 복귀 과정에 대한 강연회에 참석하러 병원에 갔습니다. 강연하실 작가님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미리 빌리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사실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우선 빌려보고 소장하고 싶을 때 사는 성향을 가진 저는 빌리기로 했어요. 사인은 어떻게 받을지 고민하면서요.



책 표지부터 제 마음에 쏙 듭니다.

샘터 출판사, 역시 저력이 있는 곳이었어요. 책의 컨셉을 너무나 명확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마젠타 핑크와 진초록과 자주색, 노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어 긴장감을 전달해줍니다. 혈관과 신경처럼 복잡하게 뻗어 나간 자색 나무 줄기들이 가운데 있는 여성을 에워싸고 있어요. 그녀는 선명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 가녀린 여성을 가로막는 고통과 시련, 그로 인한 고뇌와 혼란스러운 감정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이 보이지요? 작가의 고독한 자기 성찰에 대한 편린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하지만 않습니다. 삶에 대한 강한 염원과 고통 속 아름다움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앗, 책날개를 여니 작가의 필명이 익숙합니다.

바로 브런치에 들어와 검색해 보니 이름이 뜹니다.

타샤 용석경. 이미 암투병기 책을 출간했고,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암 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라는 두 번째 책을 출간한 분이었어요. 표지의 거친 선들이 병마와 싸우며 직장에 복귀해 겪었을 저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역설적인 제목은 그 모든 고통을 통과한 뒤에 찾아온 유쾌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책을 들추자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무장한 문장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암 생존자로서 어떻게 이런 환하고 유쾌한 마인드를 갖출 수 있을까요? 그저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병원의 암정보센터 준비한 강연은 1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현직 의사 및 간호사, 그리고 저 같은 환자들이 강당을 골고루 채웠습니다. 그리고 타샤 작가님을 응원하러 온 지인 환자분과 브런치 작가분들까지요. 항암치료를 마친 후 사회에 복귀하는 과정에 대해 진솔하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타샤 작가님의 능력 덕분에 다행히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처절했을(경험한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지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병원에 100번 넘게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검사와 진료 만으로도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질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녀는 K-직장맘으로서 두 아이의 학교도 방문하고 아이들도 챙겨야 했어요. 연차 없이 직장에 복귀해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며 매일 10시간 이상을 이동과 일하는 시간으로 채웠다고 하니, 그 스트레스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해 7월이면 5년 트래킹 검사를 한다고 하니, 무사히 완치 판정을 받고 졸업하길 빌게 됩니다. 타샤 작가님이 했던 극한의 경험이 완전히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이제 수술한 지 겨우 1년 지났어요. 중간중간 무리한 날은 몸이 다시 아프고, 체력은 쉽게 떨어져서 면역력이 뚝뚝 떨어집니다. 염증이 제 몸 곳곳에 아예 똬리를 틀고 살고 있어요. 육체가 병들어 있으니, 정신 또한 쉽게 무너지더군요. 지쳐서 다시 침대로 들어가는 루틴이 겨울내내 굳어버렸어여. 하지만,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이 강의를 신청했던 거예요.


타샤 작가님은 암 진단 전에는 적극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성격이었다 합니다. 하지만 암 생존자가 된 이후로는 무리해서 일하던 습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그리고 번아웃, 무기력증을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도와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내었어요.


암으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고, 욕심을 내려놓았다는 저자는

이에 더해, 삶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강연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인세를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두 기부하는 선한 행동에서 그녀의 마음은 더욱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운 좋게 퀴즈를 맞혀(맞춘 것으로 인정해 주셔서) 친필 사인과 함께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요! 주차장까지 함께 내려오면서 암에 대한 여러 정보를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더 뿌듯했어요.


게다가, 오늘 맨 앞자리에서 타샤 작가님의 강연 영상을 열심히 촬영해 주신 브런치 작가 러너인 작가님과도 인사를 나누었어요(첫번째 사진에 뒷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오늘 운이 두 배로 좋았나 봐요. 러너인 작가님의 저서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선물로 받았거든요. 역시 정성 어린 친필 사인을 받았지요.

제 건강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올해부터 단거리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것인데, 러너인 작가님은 러닝을 통해 번아웃을 극복한 베테랑이시라,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던 사람인데, 이제는 타샤 작가님처럼 욕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하면 바로 몸에서 안좋은 신호를 내보내니까요. 그래서 금년 1월부터는 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요.

이제는 작년 10월에 초고를 완성한 폐암 투병기, 숨은 얕아졌지만 담담합니다를 어서 퇴고해서 출판사들에게 컨택을 하려 합니다. 타샤 작가님의 강연 덕분에 다시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다른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꽃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타샤 작가님은 암에 걸린 이후 꽃 선물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도 꽃을 무척이나 좋아해 꽃꽂이도 열심해 배웠고, 때가 되면 꽃으로 집을 꾸미곤 했었어요. 그런데, 근래에는 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니 모든 것에서 멀어졌어요.


저는 탐스러운 연분홍 장미와 봄을 대표하는 노란 프래지아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큰 화병은 식탁 위에, 작은 화병은 제 책상 위에 놓으니 향기로운 내음에 코가 저절로 벌름거립니다.

꽃 앞에서 행복했던, 잊었던 마음을 되찾았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풍성하고 향기로운 장미처럼, 샛노란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리지어처럼 아름답기를 희망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삶을 아름답게 여기며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비록 병원 두 군데를 가느라 몸은 지쳤지만 정신적인 충만함은 가득했던 3월의 마지막 날,

작가님들께 아름다운 꽃들로 봄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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