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디베이트 경험을 만들어주자 (1)
1. 영어 디베이트(debate) 시작하기 (1)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의 영어실력과 수학 공부로 걱정을 참 많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가 잘 하건 못 하건 걱정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더군요.
저희 아이는 5학년 때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공부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네에서 상위 1%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보고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때 주변의 엄마들이 “왜 아이를 고생시키나? 편하게 배우게 하지.” 라면서 그 학원에 다니는 것을 모두 말렸습니다. 여러 학원들에 연락해서 상담을 해 본 결과, 그 학원의 원장님과 부원장님 마인드가 제일 좋은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이가 다니도록 해야죠.
저는 첫째 아이의 영어 유치원을 고를 때에도 17개의 후보 유치원들을 뽑아서 직접 다니면서 원장 선생님과 상담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회사 일이 많을 때라 주로 점심시간에 식사를 거르고 다니느라 무리를 했더니 몸이 안 좋아져서 결국 링거까지 맞아야 했습니다. 상담을 다닌 후에는 유치원 평가표를 만들었습니다. 영어 유치원에 대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정해서 항목별로 넣고, 중요도를 표기하여 영어 유치원들을 평가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장님 마인드가 교육적이면서 유치원 바깥에 놀이시설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고,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숲 체험과 과학수업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결정을 했었습니다. 즉 놀이식으로 아이들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곳이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연인지 같은 반 아이들 엄마들 대부분이 일을 하는 워킹 맘이었죠. 보는 눈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 당시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던 영어 유치원은 영어 단어 암기를 많이 시키고 라이팅(writing)을 많이 시키는 곳이었습니다.
다시 5학년 때로 돌아기서, 큰 아이는 그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다른 영어 학원과 비슷하게 정규반에서 리딩(Reading), 라이팅(Writing), 문법(Grammar), 디베이트(Debate)의 4개 영역에 대해 수업을 들었습니다. 리딩은 책 1권을 최소 3번 이상 완독해야 했고, 매 수업마다 영어 단어를 50개씩 외워서 테스트를 보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많이, 그리고 지독하게 해 본 적이 없던 저희 아이는 처음에는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니 적응해서 단어도 곧잘 외우고 리딩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 영어 학원에는 한 달 정도 다니다가 못 견디고 그만두는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힘들어할 때 ‘바로’ 그만두도록 하면 아이는 편해집니다. 하지만, 아이가 힘들다고 해서 아이를 둘러싼 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만 한다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한데, 아이가 온실 속에서 편하게 크면서 온실 밖으로 나가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연약한 화초처럼 자라게 됩니다. 결국 아이의 그릇 또한 작은 온실만 한 크기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끝날 겁니다. 또한, 나중에 아이가 오랫동안 편하게 머물렀던 온실을 벗어났을 때에는 온실 밖의 힘든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어려운 경험을 통해서 고생을 하다가 결국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아이의 잠재성은 현실의 능력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쳐 발현고 자리 잡을 것입니다. 아이의 능력과 역량은 아름답게 자라게 됩니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백신을 주사 놓는 것처럼, 작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면 나중에 큰 어려움이 닥쳐도 슬기롭게 해쳐나갈 역량이 생깁니다.
저희 아이가 영어 학원을 계속 다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원장님의 권유로 정규반에서 디베이트반으로 옮겼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던 아이였는데도 신기하게 디베이트를 좋아했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는 디베이트반으로 옮긴 뒤 본격적으로 디베이트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디베이트 역시 아이 성향에 따라 선호가 갈렸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더라도, 지극히 모법적이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디베이트를 좋아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디베이트를 하다가 맞지 않아 다시 정규반으로 옮겨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새로운 학습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힘들어할 때, 엄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아이가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적응하는 기간을 최소 1~3개월 동안 가져야 합니다. 적응 시기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한 달이면 적응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몇 개월에 걸쳐 느리게 적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힘들어할 때 잘 북돋아 주면서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도록 도와주세요.
적절하게 외부 자극을 주어 우리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세요.
여러 가지로 해 볼만큼 해 본 뒤에도,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면 그때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일단 견뎌보겠다고 하면 그대로 지켜보고, 아이가 노력을 했음 해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고 하기 싫어하면 그만두도록 했습니다. 물론, 아이가 처음부터 싫어하면 시키지 않는 주의를 고수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어 할 때 학습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아이를 살살 구슬려서 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행동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시키고 싶은 새로운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아이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잘 설명해줍니다. 아이가 직접 체험을 해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장, 단점도 같이 얘기해 주어 아이가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꼼꼼히 따져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길어 주세요. 여러 노력을 했음에도 아이가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엄마의 마음을 접어야 합니다. 엄마 뜻대로 움직이는 아이는 오래 가지 못하거든요.
이제, 디베이트(Debate)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요즘 들어 주변에서 엄마들이 "디베이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는 아이 영어 학원에서 디베이트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디베이트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 디베이트(Debate)란 무엇인가
디베이트(debate)란 한 가지 논제를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엄격한 규칙 하에 의해 진행되는 '찬반 대립토론'을 의미합니다. 토의나 자유토론과는 다른 개념으로, 서구문화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전파된 토론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영어 디베이트는 무엇일까요?
영어 디베이트(debate)란 공식적인 형식과 규칙에 맞게 영어로 진행되는 찬·반 토론을 뜻합니다. 영어 디베이트에는 링컨-더글라스(Lincoln-Douglas), 퍼블릭 포럼(Public Forum), 아시아 의회식(AP; Asian Parliamentary), 영국 의회식(BP; British Parliamentary) 등 여러 형식이 있지만 초등학생 고학년이 참가 가능한 국내 디베이트 대회는 보통 3 명~4명이 한 팀을 구성합니다. 팀 내에서 정해진 위치(position)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각자의 논리를 전개하고 상호 반박하면서 최종적으로 논지를 정리하는 순서를 따릅니다. 특히, 논쟁에 대한 찬성 측 주장과 반대 측 주장을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디베이트는 단순한 자유 토론이나 토의와는 차원이 다른 논쟁 방법입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 디베이트 대회는 보통 3 대 3 방식의 아시아 의회 방식(AP)을 따르는 편이며, 학원에서는 보통 3~4명을 한 팀으로 하여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합니다.
도표. 디베이트의 일반적인 진행 순서
*위 표에서 <반 괄호> 안의 숫자 1)~8)는 전체 진행 순서를 의미함. 아이가 참가했던 디베이트 대회의 순서를 참조하여 재정리.
서양권 사회에서는 디베이트가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되었고, 영국 의회나 미국 국회의 정책 입안부터 심지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매우 익숙하게 사용되는 토론 방식입니다. 디베이트는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학교부터 정규 과목으로 들어있어 교육 목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정치 발달 수준이나 교육 여건을 보았을 때, 공교육에 디베이트가 정규 과정으로 포함되려면 요원해 보입니다. 최근에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국내 중학교에서도 도덕 시간에 팀을 짜서 디베이트 수업을 1회 시도해 보고 있지만 아쉬운 수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예산을 제대로 배정하여 외부 교육을 통해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고, 디베이트 수업을 좀 더 많이,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주입식 강의에 익숙해지거나 생각의 깊이가 얕은 토의를 위주로 배우게 되면, 아이의 사고력이 깊이 있게 자랄 수 없습니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나 창의력 등 중요한 능력이 개발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디베이트 주제는 인권/차별, 과학, 환경,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별로 중요한 이슈나 쟁점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지식은 상위 1% 수준에 올라가게 됩니다.
디베이트의 논제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의 관심사와 지식이 충분히 확장됩니다. 난이도가 쉬운 수준에서는 아이를 둘러싼 생활이나 조직과 연관된 교육, 가족, 문화, 건강, 레저, 예술, 과학기술, 차별 등 비교적 친숙한 주제가 많이 등장합니다. 디베이트 난이도가 올라가면 좀 더 고차원적인 인권, 범죄, 정부 정책, 정치, 세계화, 경제, 미래 과학기술 관련 딜레마 등에 관한 주제가 다루어집니다.
참조. 디베이트 주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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