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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Dec 29. 2021

일곱. 식물 돌보기

2021년 나를 바꾼 열 가지

해를 보고 얼굴을 돌리고, 물이 부족하면 잎이 아래로 쳐진다. 새로운 가지와 잎이 올라올 때에는 전에 있던 것들이 비실거린다. 그러다  잎이 올라오면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은 스스로 떨어지고, 나머지 잎들은 언제 그랬냐는  기운을 차려 생생해진다.


봄과 여름, 가을에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썬룸에 두었던 식물들이 추울까 걱정되어 거실로 들였다. 극락초는 짙은 초록이던 잎 색이 연하게 바뀌었다. 드라코는 잎이 자꾸 눕는다. 비실거리던 몬스테라는 새 잎을 올렸다. 컬러 벤자민은 이번에도 자리를 옮겼다고 잎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가을에 새로 입양한 다육이들은 약간 웃자라고 있지만 건강해 보인다.


거실이 너무 광장같이 뻥 뚫려있어 중앙에 두고 공간을 좀 분리하려고 들인 겐챠야자는 처음 집에 왔을 때 보다 조금 더 풍성한 느낌이 되었는데 뾰족한 잎, 중간에 쭉 뻗은 줄기, 그리고 새로 나온 잎들까지 수형이 더 예뻐진 것 같다.


그동안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식물을 죽였다. 우리 집이 식물이 못 사는 환경이라고 했고, 식물이랑 나랑은 안 맞다고만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식물도 살아있는 생물이다.  사실 고양이들처럼 움직이질 않아서, 나를 따라다니지 못해서 이 식물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있는 거라고, 아파도 소리 내지 않고, 물이 모자라도 서서히 말라가니 티도 안 내고 잘도 죽는다 했다. 좀 알아차리게 소리도 나고 그러면 안 죽일 수 있을 텐데라고만 생각했다. 올해 식물을 좀 바라볼 시간이 많아져 알게 된 것은 식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해를 따라 움직이고, 물이 많고, 부족할 때 잎과 줄기의 모양이 달라진다. 바람을 더 맞아야 건강해지는 나무가 있고, 반양지에 가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식물이라고 무조건 일주일, 열흘에 물을 듬뿍 주고, 해만 잘 들게 한다고 잘 자라지 않는다. 금방 티가 나는 동물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예민한 눈으로 바라봐야 알아차릴 수 있다.


감각적인 것들이 좋아 쫓을 때는 식물의 소리와 움직임을 알 수 없었다. 조용히,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때 시선을 돌리면 그 안에 식물이 보인다. 사람에게도 식물 같은 부분이 있다. 깊숙이 있는 진짜 마음은 조용히 천천히 기다려야 알아차릴 수 있다. 나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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