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랭이는 남자아기여서 그런가 첫째 우주 때에는 느껴 본 적 없는 엄청난 태동이 하루종일 이어진다.
꾸울렁- 꿀렁.
퍽퍽퍽.
꾸욱- 꾸우우우우우욱.
가끔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서 가만히 내 배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네가 정말 거기에 있구나!'
태동은 뱃속의 호랭이가 이 엄마에게 나 여기 있어요 계속 걸어오는 말소리 같다. 임신을 하며 초기부터 출산 전까지 다양한 증상과 몸의 변화로 내가 홀몸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되지만 사실 내가 내 뱃속에 '또 다른 생명체'를 품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런 증상들에 가려져 아이의 존재보다는 내 고통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태동이 느껴질 때는 온전히 아이의 존재에 집중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 태동이 그리울 거라고 한다. 나는 태동이 그리울 것 같지는 않지만(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그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기 때문에!) 지금은 충분히 우리 둘째의 몸짓을 즐기려고 한다.
38주 차에 유도분만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매일매일 너와 가까워지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1년 전만 해도 내 세상에 없던 너. 아빠와 엄마, 그리고 너의 우주 누나가 너를 무척 기다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잘 있다가 만나자-
꿀렁, 꾸울렁. (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