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채집- 작고 확실한 하루

소확행의 감정

by 김온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크게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시시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확실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 요즘의 나는 그런 작고 확실한 만족들로 하루를 버틴다.


내가 느끼는 큰 행복은 전부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챠를 돌렸는데 원하는 게 한 번에 나오는 짜릿한 순간. 귀여운 스티커를 사고, 그걸 다이어리에 붙이며 꾸미는 시간. 산책하러 나갔을 때 시원한 겨울바람 냄새가 유난히 좋다고 느껴지는 날.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소확행들이 내 삶을 극적으로 바꿔주진 않는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늘 예민한 상태로 산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하루하루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만족 하나가 오늘을 통째로 버리지는 말자고 붙잡아줬다.


예전의 나는 이런 소확행 자체도 느끼지 못하고 부정하며 살았다. 정확히는 행복을 느끼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도 행복을 느끼면 곧 큰 불행이 다가올까 싶어 무서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어졌다. 매일 온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내가 낯설었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는 행복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억지로 웃어도 보고, 이 정도 가지고 행복하다고 해도 되나? 싶은 일에도 행복하다고 세뇌했다.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밴드 그룹 데이식스의 노래 <Happy>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이다. 행복을 찾아 방황할 때 이 노래가 발매 됐고, 처음 듣자마자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가사 속 화자가 너무 나 같아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로가 됐다. 그날을 기점으로 행복의 방황 속에서 답을 찾았다. 묻고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기. 그게 내가 행복을 찾기 위해 내린 결론이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그렇게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더니, 삶도 덩달아 조금씩 단순해졌다.


단순하다고는 했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답을 알아도 여러 상황들이 겹치면 헷갈리게 될 때도 있다.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늘 있지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챠 하나, 스티커 한 장, 산책, 맛있는 디저트. 이 모든 소소한 것들이 나를 살게 만들어준다.



행복은 증명한다고 증명되지 않는다. 손에 쥐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느끼고, 보내줘야 하는 것 같다. 다시 나에게로 찾아온다는 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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