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만 자는 아이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정신 질환. 1

중고등학생 30%가 겪고 있는 정신 질환.

by 맨티스

요즘 고등학교 교실은 초토화 상태입니다. 지역이나 학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고 있죠. 학생 인권 조례 이후, 고등학교 교실은 학습 공간이 아니라 ‘숙박업소’로 변해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왜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공부는커녕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까요?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게을러서 일까요?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깊은 심리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우울, 무기력, 그리고 ADHD입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원인을 하나하나 짚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이유 3부작.

1편. 우울과 무기력
2편. ADHD
3편. 성향적 문제



1편. 우울과 무기력

서아는 학원에 들어온 지 며칠째 계속 졸기만 했습니다. 숙제도 안 해오고, 수업 자료도 챙기지 않았죠. 겉으로 보기엔 ‘게으르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 그 자체였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서아를 따로 불렀습니다.


“서아야, 많이 피곤하지? 어제 늦게 잤어?”
“네...”
“숙제 할게 많았어? 왜 늦게 잤어? ”
“...”
“몇 시에 잤는지는 기억나?”
“아니요...”
“학교에서도 많이 졸았지?”
“네... 근데 자도 자도 계속 졸려요...”


서아는 밤새 인스타그램을 보다 늦게 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면 지연 현상은 서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만 오면 축 늘어지고, 숙제는 기본적으로 안 해오며,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자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활기를 되찾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상담하던 중에 공통적으로 몇 가지 심리적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울감과 무기력이죠. 도대체 왜 아이들이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요? 공부가 싫어서?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어서 일까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한 끝에, 근본적인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압과 통제, 청소년 우울의 주범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서, 나이와 관계없이 우울, 무기력, 불안이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국내외 52편의 관련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부모의 강압적 양육은 자녀의 우울과 불안을 증가시킨다는 일관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도한 통제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유능감을 무너뜨립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통제감 상실을 느끼며,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게 되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2024년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청소년 3,9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비일관적이고 강압적인 양육은 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을 높이고 자존감은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유교적 가르침의 그림자

부모가 ‘예의범절’을 강조할수록 아이들은 더 무기력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부모는 지켜야 할 규칙의 기준이 높고, 이를 어겼을 때 비난의 강도도 강한 경향이있습니다. 예의범절의 지나친 강조는 아이들이 자기 의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나는 뭘 해도 안 돼’라는 무의식을 심어 줍니다. 이것이 무기력의 시작입니다. 또한, 예의에 대한 집착은 아이들을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민감한 존재로 만듭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되고, 예의 바르게 굴어야 해.’ 이런 메시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남의 눈치를 더 보고, 자기 생각보다 타인의 평가를 더 중요시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학교 발표나 시험 같은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을 느끼게 되죠.



잔소리, 은밀한 독

2020년 미국에서 18개월간 418명의 청소년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부모의 비난과 잔소리가 청소년 우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핀 연구였죠.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강압적이지 않더라도, 부모의 잔소리와 비난을 많이 느끼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우울감이 훨씬 높았습니다. 2021년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부모의 자존감이 낮고, 양육 태도가 일관되지 않으며, 잔소리가 많은 경우, 청소년의 불안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학생에게서 그 영향이 더 컸습니다.



수면을 망가뜨리는 우울과 불안

우울과 불안, 무기력은 수면의 질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심리 상태는 아이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하고, 깊은 잠도 방해하죠. 기상 시간은 일정하지만, 잠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면서 잠이 부족한 상태가 일상이 됩니다. 그 결과, 하루 종일 졸리고 멍한 상태로 지내게 되죠. 수업 시간에 졸기만 하던 서아도 이런 심리-생리적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집중력, 사고력, 자기 통제력이 전반적으로 무너집니다. 감정 조절도 어려워지고,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도 더 크게 받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다시 불면과 무기력을 불러오게 되죠.



통계로 보는 현실

2024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 23.1% (전년 대비 1.7% 증가) / 여학생 : 32.5% (전년 대비 1.6% 증가)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학생 : 30.8% → 35.2% / 여학생 : 44.2% → 49.9%

평균 수면시간 (주중) 남학생 : 6.5시간 / 여학생 : 5.9시간

수면 만족도 : 남학생: 27.1% / 여학생: 16.5%

학생 5명 중 4명은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역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잘 되길 바라며 혼내고, 잔소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을 읽지 않고 행동만 보고 판단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의 말투와 태도에만 보고 혼을 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이유를 보아야 합니다. 물론, 부모 세대는 매 맞으며 컸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훈육하려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 시절의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시대입니다. 옛날 방식을 지금에 그대로 적용하면, 아이는 점점 구시대적 사람으로 변하게 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첫걸음은 공감입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감정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상황 설명 + 선택지 제시입니다. 부모는 상황 인지가 빠르지만, 아이들은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라 판단력이 부족합니다. “왜 이렇게 잠만자? 밤에 핸드폰 그만 보라고 했지!!”라는 말은 아이 입장에선 강요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전두엽을 쓰게 되고, 상황 인지력, 자기 통제력, 판단력이 함께 자라납니다.



말투 하나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반복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반복되는 말은 ‘백색소음’으로 인식합니다.

사랑을 보여주려 하지 마세요. 사랑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듣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가 부모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먼저 부모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자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게으름 때문이 아닙니다.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 환경 즉, 부모의 말투와 잔소리, 통제 때문입니다. 공부는 죄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할 힘’을 잃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을, 이제는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공부하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