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주 Oct 17. 2021

비건도 편의점에서 과자 먹는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의외로 평범한 비건 간식

 도고가 비건을 하면 군것질도 아웃일 줄 알았다. 실제로 가공식품 중 도고가 먹을 수 있는 게 많이 없기도 했다. 음식 앞에서 양보는 없다 주의자 이박은 살짝 이 부분을 기대했다. 간식 한입만은 이제 없겠군! 그래도 치즈 분말이 새빨갛게 묻은 나초를 냄새 폴폴 풍기며 먹고 있자면 도고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편의점 과자 매대에 가면 과자를 뒤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몰랐는데, 식품 성분표는 참 보기 편하다. 뭔지도 모르는 이상한 화학 감미료 이름 사이에서 육류 성분을 찾을 필요 없이, 아래에 알레르기 유발 및 주의 식품 함유 유무가 쓰여있다. 쇠고기, 우유, 달걀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를 성분표를 보고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도고와 나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비건 군것질을 찾았다. 몇 개는 도고의 비건 친구들이 알려줬고, 몇 개는 우리 힘으로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우리의 비건 군것질 리스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 아래의 비건 간식은 '비건' 딱지 붙지 않은, 대중적으로 구하고 먹기 쉬운 가공 식품 군것질거리다. 편의점이나 슈퍼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당장 먹고 싶은데 멀리 가서야 줄 서서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너무 속상하니까.


 1) 농심 포테토칩

 첫 번째는 감자칩이다. 생감자를 튀겨 파는 거니까 감자칩은 당연히 비건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다. 양념된 감자칩은 대부분 시즈닝에 고기가 함유되어있고, 의외로 플레인 맛에도 감칠맛 때문에 쇠고기 시즈닝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찾은 진짜 生감자칩은 농심 포테토칩이다. 대두는 함유되어 있다고 쓰여있지만, 원재료는 감자랑 기름, 조미염뿐이다. 도고가 제일 즐겨먹는 간식이다.


2) 프링글스 오리지널

  포테토칩과 마찬가지다. 감자에 밀전분, 쌀가루를 넣어서 만든 가공품이지만 양념에 쇠고기가 들이지 않는다. 식탁 위에 한 통 까서 유튜브 영상 틀어놓으면 앉은자리에서 뚝딱이다. (비슷하게, 노브랜드 감자칩 역시 비건이다.)


3) 브이

 조금 더 감칠맛 나는 과자를 먹고 싶으면 브이콘을 먹으면 된다. 옛날 과자지만 요새 레트로 열풍을 타고 편의점 매대에 예쁘게 진열되어 있더라. 달짝하고 오독오독한 브이콘! 도고가 살 때에는 옛날 과자 왜 사냐고 취향 무시했는데, 어느새 한 입만 더! 하면서 달려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4) 사또밥

 부들부들 사또밥은 가루가 많아 손으로 먹기는 불편하지만, 우유에 말아먹으면 사르르 녹으니 그것만큼 손이 가는 게 없다. 다만 도고는 우유를 못 먹으니 아몬드 브리즈랑 먹는다. 맹맹한 아몬드 브리즈에 고소한 사또밥이 녹으면 사또밥을 다 건져먹고 남은 아몬드 브리즈도 딱 간이 맞아 호로록 마시기 좋다.


 5) 나초

 치즈 시즈닝이 묻어있는 도리토스나 도도한 나초는 내 최애 과자지만, 도고는 절대 못 먹는다. 이건 대형 마트에서 파는 플레인 옥수수 나초다. 모양도 다양하다고는 하는데 우리 동네 이마트에서는 동그란 모양을 판다. 짭짤한 가루로 양념이 살짝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냥 먹기에는 목 막힌다.

 나초의 진가는 과카몰리와의 파트너십에서 나온다. 잘 익은 아보카도에 토마토, 양파를 섞어 버무리고 소금 후추 라임으로 간을 하면 나초 도둑 뚝딱이다. 도고랑 나는 날 잡고 김장하듯 과카몰리 한 통을 만들어 밥처럼 먹는다. 그것도 삼사일밖에 안 가지만.


6) 풀무원 정면

 우리를 라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악독한 놈. 채소로 만들었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초록색 봉지를 뒤집어썼지만 절대 비건이라 홍보하지 않는 사악한 자신감. 그동안 먹어왔던 채식 라면을 비웃기라도 하듯 쇠고기 우유 달걀 성분 하나 없이 기성의 맛을 내는 우월함. 벽돌집 도고와 이박의 피부와 건강을 짓밟아놓고도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중독성. 풀무원 정면이다.


 7) 스크류바 & 죠스바

 이 둘을 이렇게 묶은 이유는, 도고랑 내가 스크류바랑 죠스바를 같이 사기 때문이다. 이 두 아이스크림은 백이면 백, 우리 집 앞 편의점에서 2+1 행사상품인데, 그래서 우리는 스크류바 3개 죠스바 3개를 4개 값에 산다.

 도고가 비건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새벽까지 놀다가 밖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들어오곤 했다. 비록 도고가 고를 수 있는 아이스크림 수는 적어졌지만, 도고가 비건이 된 지금도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갈 수 있는 건 좋다.


 7-1) 배스킨라빈스 라즈베리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배스킨 라빈스는 성지였다. 엄마는 외계인이랑 초코 나무 숲에 들어있는 초코볼을 골라먹다가 싸우기도 했을 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니가 사고 내가 사고 하면서 자동문 망가질 만큼 드나들었다. 도고가 비건이 되고 나서는 우유 달걀 없는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못 갔지만, 가끔씩 나오는 시즌 소르베 아이스크림에는 우유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중 라즈베리 소르베가 특히 오래 보인다.

 다른 메뉴보다 새콤한 맛이 튀는 소르베는 콘이랑 최고의 조합을 자랑한다. (배스킨 라빈스 콘까지 비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콘이랑 먹는다!) 빨리 녹는 단점이야, 호다닥 먹으면 없어지는 거니까.


 벽돌집 간식 타임을 빛낼 군것질 가짓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간식 타임은 즐겁다.  그래도 새로운 간식이 생기면 좋으니까, 이렇게 비건 과자 공개 수배를 한다. 늦은 밤, 편의점에 가서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찾아주세요!


+

 사실 조청유과도 비건이 먹을 수 있다! 다만 취향이 아닐 뿐. 논 비건인 나도, 비건인 도고도 조청유과 입맛은 아니다. 비건도 비건 음식이라고 다 먹는 거 아니라는 새삼스러운 사실.



이전 06화 채식 요리가 맛없다? 삐빅- 정상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