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생각이 많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모습이 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재능을 살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가능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조바심의 크기도 커져만 가네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김시천 시인이 표현한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시를 읽다 보니 최근에 읽었던 책에 실린 위대한 부모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자동차 수리공의 삶을 살았지만, 아들만큼은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들에게 자동차 수리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면서, 전자 부품에 관심이 있는 아들의 적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말이면 전자 부품상을 찾아다니며 중고 부품을 사주고 라디오, 전축 등 아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습니다. 또한 실리콘 밸리에 있는 NASA 연구소에 데리고 가서 대형 컴퓨터를 보여주며, 아들이 꿈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소질을 갖춘 아들이, 집에서 1000km나 떨어지고 많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다른 대학에 진학한다고 했을 때 기꺼이 10년 이상 모아둔 적금통장을 깨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을 입학한 지 한 학기만에 자퇴한다고 했을 때에도, 아들의 꿈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훗날 아들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 참여해 축사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대학 교육이 그것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저는 부모님이 평생토록 모은 재산을 쏟아붓고 있었죠. 그래서 결심을 했고,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믿고 자퇴한 것이죠. 당시에는 두려웠지만 되돌아볼 때 그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습니다."
그 아들은 바로 인문학과 기술을 가장 잘 접목한 융합형 인재이자, 마법 같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아이폰을 세상에 소개한 스티브 잡스입니다.
한 한기만에 중퇴하긴 했지만 그 대학(리드 대학)의 특기인 서체 교육에 흠뻑 매료된 덕분에, 우리가 지금 컴퓨터에서 아름다운 서체를 볼 수 있고, 심미적인 아이폰의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들의 적성과 능력을 믿어준 부모의 조력이 없었더라면,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역사는 다르게 쓰였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양아버지인 폴과 같이, 부모로서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꽃밭에 물 주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적성과 소질이 어디에 있는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