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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정리

by 벌꿀

+ 여행정리


이번 여행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이모에게 책 한권을 보내드렸다. 괴테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 땅을 여행하며 써놓은 글들을 묶어 놓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작품은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나서 읽으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해 이모부부와 여행을 마치고서야 보내드렸다.


약 250년 전, 그가 보았던 이탈리아라는 이 땅이 지금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라울 것이다. 그리고 괴테를 맞이했던 이 땅이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우리도 그 일부였다는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였지만 여행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가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말도 많고 글도 많지만 모두 각기 자신이 지닌 척도에 따라 이들을 평가한다' 라고 적어놨던 것처럼 우리의 여행이 각자 어땠을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가 여행을 하며 적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마무리한다.


놀라울 만큼 서로 경쟁하고 이상하게도 지방색이나 도시색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죄다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좋았던 옛것을 존중하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감각, 꽤 선량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 누구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며 기품이 있고 호의적인 사람들. 낮을 즐기고 저녁을 향유하며 긴 오후를 보내는 문화. 별 걱정거리 없다는 듯한 태도. 풍부한 햇살과 과일과 올리브오일.

평범한 일도 새로움과 놀라움을 통해 모험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곳에서는 다만 살기를 원한다. 이곳에서는 자신과 세상은 잊게된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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