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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플러스 Mar 05. 2021

타임머신을 타다 1(금산분교)

  금산분교를 찾은 건 초여름 한낮의 열기가 수그러들어 나들이하기 좋은 토요일 오후 무렵이었다. 막내아들이 인천영종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금산초등학교가 분교라 이름이 익숙하지만 위치는 알지 못했다. ‘언제 한번 가봐야지’하고 벼르던 곳을 드디어 찾았다. 분교라는 곳을 처음 가는 거라 가벼운 흥분이 일었다. 시골도 아닌데 분교를 탐방할 수 있는 게 행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금산분교는 공항철도 영종역 인근에 있다. 역에서 걸어서도 십 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차가 없어도 나들이 삼아 다녀올 만하다. 학교 위치를 알지 못했던 나는 자동차로 갔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갔지만 안내를 알아듣지 못한 탓에 입구를 찾지 못했다. 엉뚱한 곳으로 가서 유턴을 해 되돌아와 1층 높이의 언덕을 오르자 길이 나왔다. 과연 이런 곳에 학교가 있을까 의심이 들 무렵 학교 정문이 보였다.

  잠겨 있지 않은 교문을 지나는데 누군가 나와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할까 봐 약간 긴장됐다(교실 복도를 구경할 때 학교 관계자 분이 나왔지만 탐방 왔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며 별 제지 없이 학교 뒤편의 숙소로 갔다).     


  금산분교는 1946년 영종 국민학교 금산분교로 개교했으니 올해로 74년 된 유서 깊은 학교다. 흙바닥이거나 인조 잔디, 혹은 우레탄 바닥의 운동장이 대세지만 금산분교는 보기 드물게 천연 잔디가 깔려있다. 넓은 운동장의 잔디 상태 또한 아주 훌륭하다. 전교생이 50여 명 정도 된다고 하니 전교생이 밟는다손 치더라도 잔디가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는 게 당연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 축구 골대 아래에 노란색과 흰색의 축구공 두 개가 놓여있다. 나는 마치 초등학생이라도 된 공 두 개를 번갈아 가며 드리블해서 단상까지 갔다. 아담한 학교답게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을 하시는 단상도 낮고 아담하다. 요즘 학교는 대부분 각 반에 설치된 TV로 조회를 하니까 단상을 이용하는 횟수는 많지 않을 듯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한 달에 한 번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했기 때문에 단상이 크고 높았다.

  단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라도 된 듯 운동장을 향해 장난 삼아 “여러분~” 하고 크게 외쳤다. 학창 시절 조회 시간에 상장을 받기 위해 호명되어 단상 앞으로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축구공 찰 때 어린 시절의 내가 소환됐었다면 이번에는 고교 시절의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단상 하나를 두고 국민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교장 선생님까지 한꺼번에 성장한 느낌이 재미있었다.    


  1층으로 된 본관은 옛 건물 양식이 그러하듯 돌로 마감을 해서 단단한 인상을 준다. 본관 출입문 오른쪽 창문 아래에 지천으로 핀 노란색 루드베키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창문 아래는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얼룩도 있다. 얼룩조차도 역사의 증명인 듯해서 보기 싫지 않았다.

  교실과 복도도 보고 싶었지만 본관은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본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유리창을 통해 복도를 구경할 수 있다. 현대화된 복도를 보니 교실도 여느 초등학교와 다르지 않을 거란 짐작이 가능했다. 복도는 황토색의 나무와 벽, 바닥이 통일감을 주고 있어서 하얀색의 천장과 어울려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본관 옆에 조성된 텃밭에는 여러 식물이 심겨있는데 특히 잘 자란 초록색 참외가 눈길을 끌었다. ‘여름 볕을 더 쬐면 노랗게 익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겠지?’라는 생각을 하자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본관 뒤편 후원에는 코끼리와 사자를 비롯한 여러 동물 모형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자세히 보면 칠이 벗겨지기도 했고 조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정겨웠다. 밤에 보면 무서울 것도 같다. 태양계를 형상화 해 놓은 것과 작은 미니어처 첨성대는 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

  등나무 근처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과 남녀 어린이가 책을 읽고 있는 조각상도 있다. 조각상 옆에서 ‘무슨 책을 읽고 있나?’ 구경하는 포즈를 취했다. 세월이 비껴간 듯한 금산분교에서 나는 자꾸 장난꾸러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금산분교는 초록의 아름드리나무에 둘러싸여 전체적으로 안온한 느낌이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은 것 같은 형상이랄까. 오늘따라 맑은 하늘이 초록의 나무와 어울려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 것 같다.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행복할 것 같다. 학생 수가 적으니 선생님과 아이들의 유대관계도 더 단단할 것 같다. 심성도 도시화된 아이들과 달리 따뜻할 것 같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등하교하는 모습도 여느 아이들보다 밝을 것 같다.


  학교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자료를 모으는 현수막이 보인다(인천영종초등학교는 1920년 개교해 2020년 현재 100년 되었다).

  토요일 오후의 호젓한 학교 탐방 내내 금산분교가 미소를 머금고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높이 솟은 영종 하늘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오는 금산분교.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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