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그늘과 진짜 방송국 FOXTEL
정리해고의 그늘과 진짜 방송국 FOXTEL
2013년 초, 그때도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었고 미디어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더 빠르게 변화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내가 일했던 쇼타임 영화채널은 유료방송채널인데 세계는 점점 이런 유료 케이블 방송의 힘이 하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일하는 곳도 이를 피해 갈 수는 없었는데 어느 날 회사 내에 소문만 무성했던 다른 방송국에 합병된다는 소식이 이제 실제로 곧 일어날 거라는 발표가 있었다. 더불어 많은 직원들이 이 때문에 정리해고가 될 거라는 발표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는 각자가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거 같다. 발표가 있고 나서 며칠 후 한 명씩 짐을 싸서 회사문을 나갔고 어떤 이는 눈물을 어떤 이는 배신감을 품고 나갔다. 이 일은 나에게도 찾아왔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사회 초년생이나 마찬가지 었고 부양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좀 많이 했다. 그런데 회사 매니저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두 가지 초이스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고 퇴직금을 받고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포지션에 인터뷰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인터뷰 기회를 택했고 일주일 정도 후에 호주에서 가장 큰 방송국 중 하나인 FOXTEL에서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인터뷰에 전혀 기대를 안 했던 것이 이 포지션에만 나의 경쟁자가 10명이 넘었고 다들 방송 경력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고 듣게 되었다. 그래서 호주에서 크다고 하는 방송국에 한번 투어 정도 해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임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2-3일 정도 후에 연락이 왔는데 내가 합격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나중에 들어보니 쇼타임에서 했던 업무와 비슷한데 영화채널이다 보니 영화채널 경력자가 필요했고 경력으로 따졌을 때 경쟁자들이 다들 비등했지만 석사 공부를 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것도 좋은 점수를 받은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어쨌든 대단히 기뻤고 사실 매번 교회를 갈 때마다 운전을 해서 지나가는 곳이 이 FOXTEL 방송국이었는데 마음속으로 사모했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그분의 타이밍에 정확하게 일하신다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정리해고를 통해서 내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최고의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