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향기에 취했던 소년
냄새로 살아나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하굣길에 목욕탕에서 맡던 수증기 냄새.
목욕탕 창문 밖으로 흐르던 그 냄새가 좋았다.
달동네에 언덕에 있던 그 목욕탕 여탕에 엄마 따라 초등학교 2학년까지 갔다.
욕조 안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나 숨었다. 그 뒤로 엄마 따라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목욕탕을 조금 지나 올라가면 슈퍼가 있었다.
떡볶이를 파는 슈퍼였는데 내 친구 상철이가 콧물을 빠트렸다는 소문이 나서 한동안 장사가 되지 않았다.
옆집 지하에는 삼촌이 있었고 고모할머니가 계셨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던 삼촌이 엊그제 돌아가셨다.
나의 추억의 공간과 연결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다.
언젠가 저 공간을 추억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일지도 모르겠다.
냄새로 살아가는 기억이 이제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역할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