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도 똑같구나. 또다시 잠 못 드는 밤이다.
1. 또다시 출근이다. 퇴사 후 10개월 만이다. 물론 완벽한 회사는 없다. 나라가 달라졌으니, 직무가 달라졌으니 뭔가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린 지 오래다. 어차피 거기가 거기고, 그놈이 그놈이다. 오늘 마음에 들어도,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이다. 평소처럼 무덤덤하고 무난하게 하자. 잘 맞으면 좋지만,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다.
2. 그래도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기대되는 마음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 없다. 내일 되면 알겠지. 서른 넘어도 똑같구나. 또다시 잠 못 드는 밤이다.
3. 주말 동안 퍼블리 <인터랙션 18, 디자인으로 연결하다> 리포트의 프롤로그와 인트로를 완성했다. 아직 10개나 남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펀딩은 지금까지 85% 달성했다. 다른 글에 비해 생소하고 모호한 제목 탓인가 싶으면서도 이만큼 정확하게 컨퍼런스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없었기에 불평을 거둬본다. 그러니 많이 도와주세요(?). 링크는 여기.
4. 까만 밤 노란 가로등 빛에 하얗게 휘날리는 고운 눈가루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휘적대다가 바닥에 붙어 반짝거린다. 그런 날이면 나는 길가에 잠시 동안 가만히 멈춰 서서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본다. 검정치마인가 브로콜리 너마저인가. 모과이인가 혼네인가. 귀로 이런저런 멜로디가 흘러들어온다.
내 머리 속은 단어 아닌 장면으로 가득 찬다. 이 순간을 잡고 싶다. 사진기를 꺼낸다. 사진기 위로 멀리 가지도 못한 차가운 눈송이가 내려앉는다. 잡아보려는데 금세 녹아내린다. 손이 차가워지다 못해 저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흘기듯, 하루가 스쳐간다.
5.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요즘따라 부쩍 평온하고 안정적인 것에 마음이 간다. 한국에 돌아갈까 싶다가도 스톡홀름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전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