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을 위한 도파민 터뜨리기
2024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상반기 마지막 달이라니 기분이 새삼 묘하다. 어린 시절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다고 느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노화도 진행되고 있다. 마음은 이팔청춘! 아직 젊기만 한 것 같은데 거울 보다가 가끔씩 새치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감기 몸살을 앓을 때도 예전에는 하루 이틀이면 멀쩡해졌는데, 이제는 그보다 몇 배로 앓고 나야 좀 회복이 된다.
얼마 전에 이십 년 지기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몸에서 이전과는 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나서 검진받았다고 말하니,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본인도 검진 예약을 해두었단다. 목소리도 말투도 학교 다닐 때와 똑같은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지 참 새삼스럽다.
영화 <은교>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닌 것처럼,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불현듯 떠오르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됐다. 젊음은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구나, 거저 얻은 만큼 소중하고 눈부신 것이었구나.
'청춘'을 떠올리면 자유, 모험, 도전, 열정, 꿈, 성장, 시련, 변화 등 무엇인가에 에너지를 발산하거나 추진력 있게 앞으로 나아가거나, 좌절하지만 또 극복하고 성장 및 변화하게 되는 이미지나 키워드를 떠올리게 된다.
정말 좋아했던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기획의도에서는 '청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왜일까.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유한한 체력을 중요한 일들에 신경 써서 분배할 필요가 없는 시절,
감정도 체력이란 걸 모르던 시절,
그리하여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아파할 수 있는 시절.
그 시절의 우정은 언제나 과했고, 사랑은 속수무책이었으며, 좌절은 뜨거웠다.
불안과 한숨으로 얼룩지더라도, 속절없이 반짝였다.
아직도, 여전히 '청춘'이고 싶지만, 청춘 혹은 청년이라는 단어보다는 불혹에 가까워진 나이에 있기 때문에 멀어져 가는 '청춘'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기획의도를 곱씹으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쳤는지 모른다.
구구절절 맞는 말 대잔치이지만 특히 '유한한 체력을 중요한 일들에 신경 써서 분배할 필요가 없는 시절, 감정도 체력이란 걸 모르던 시절, 그리하여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아파할 수 있는 시절'이라는 글에 마음이 뭉근해진다.
지금은 체력을 분배하여 쓰지 않으면, 일상이 무너지는 나이가 되었다. 감정도 체력이라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일에는 의지적으로라도 감정의 스위치를 off 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이지 청춘의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는 것 같다. 남아도는 체력을 사치하듯 써도, 괜찮은 것. 청춘!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로서 '세로토닌'과 함께 우리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는 무기력해지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에 별 감흥이 없어지게 되고, 인간관계도 귀찮다고 느끼며, 하루 종일 졸려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량은 20세 전후에 최대가 되고 (역시 청춘의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들어 노년기에 접어들면 최대 50%까지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파민 분비를 늘릴 수 있을까? 아래는 도파민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1. 작은 일을 완수하고
2. 운동과 명상을 하고
3. 신나는 음악을 듣고
4. 낮잠을 자고
5. 달콤한 것을 먹고
6. 단백질을 섭취한다
나 같은 경우엔 1, 3, 5번은 평소에도 자주 하던 것들이고 2, 4, 6번은 최근 들어 실천하기 시작한 것들인데 공교롭게도 홀수 번호는 기존에도 해왔던 것들이고 짝수 번호는 최근 들어 시작한 방법이다.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다. 간간이 집 주변을 산보하거나 주말에 작은 동산을 오르내리긴 했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운동을 시작한 건 꽤 오랜만이다. 휴직 기간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다짐을 드디어 실천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체력이 저하되고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는 것뿐만 아니라 노화의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제 발로 자처하여 헬스장을 찾아갔다. 이전에 '안티에이징'은 '웰빙'이나 '워라밸'처럼 그저 허울 좋아 보이는 키워드였는데, 이젠 정말 내 삶에 필요한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안티에이징은 여러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겠지만 나는 운동과 식단 관리로 노화를 늦춰보기로 했다. 우리 몸은 노화되면 될수록 건강과 멀어지고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노화 속도를 늦추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청춘처럼 체력이 남아돌진 못한다 할지라도.
최근 들어 '근테크'라는 신조어가 여기저기 많이 쓰인다. 근테크란 근육+재테크를 조합한 신조어로 젊을 때 근육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은 30대 초에 최대치에 도달한 후, 3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하며, 30대부터 50대까지는 10년마다 약 15%씩 줄어드나 60대 이후로는 30% 이상 급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근력이 약해지면 근감소증・골다공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증가하며 복부와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배뇨와 배변,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주고 우울증이 악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등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몸의 균형이 깨지고 관절의 가동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 내어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 한, 하루하루 근육은 감소한다. 근육 1kg 감소는 적어도 4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을 낸다고 하니 근테크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근력 운동을 할 때면, 비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치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바들바들거리기 일쑤지만,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내 손아귀에 있는 무게를 버텨본다. 더 이상 출렁거리고 늘~어지는 지방 대신 탄탄한 근육으로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록해 본다.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처음에 그 노력은 한 사람의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부터는 그 한 사람을 만들지요. 습관이라는 건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되지요.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