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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Apr 03. 2021

일상을 낯설게 보고 기록하는 일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책 제목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저자 : 홍승은

출판사 : 어크로스 




내 생애 첫 독서모임이었던 날을 기억한다. 이미 진행되어 왔던 모임에 내가 새로이 합류한 날이었고 마침 그 날은 회원들 중 한 분이 출판하신 책으로 독서모임이 진행됐다. 첫 책을 출판하신 그날의 주인공, 작가님은 책을 쓰면서 자기 삶을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글을 기록하며 ‘쓰는’ 행위를 넘어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이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독서모임이 떠올랐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의 저자와 그 회원님이 전해준 메시지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 서사를 쓰는 일은 자서전처럼 모든 일대기를 쓰는 일이라기보다, 내 기억과 일상을 낯설게 보고 기록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내 기억과 일상을 낯설게 보고 기록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낯설게.


나에게 주어지는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일상을 낯설게 보고 기록하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어제와 오늘은 같을 수 없고 오늘과 내일도 같을 수는 없다. 반복되는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 어제와 다른 오늘의 다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다름에서 글감이 탄생한다. 글감은 단순한 일상의 기쁨일 수도, 지난 상처를 마주하는 분노일 수도, 깨달음을 얻는 회복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낯설게 바라보고 다시금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표현했던 것들을 주의 깊게 거듭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모차 대신 유아차, 경력단절 대신 고용 중단, 장애우 대신 장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 그밖에 대놓고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김치녀, 맘충, 급식충, 중2병, 똥꼬충 등과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검열하며 피곤하게 살아야 하느냐 라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웃자고 하는 이야기를 누군가 웃으며 받아들일 수 없고 상처 입어야 한다면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집필한 정문정 작가는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로 자신을 우위에 두거나 상대를 끌어내리려는 얄팍한 행동은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상처를 준 사람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타인을 웃음거리 삼아 분위기 메이커가 되려는 경솔함보다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섬세함의 미덕이 필요하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라고 자기 합리화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우리의 언어를 다시 한번 점검하자.

그리고 당연시 여기며 지내왔던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자. 

우리를 기다리며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글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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