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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Apr 14. 2024

불행한 순간에도 마음을 이으려면

불행이 손잡고 올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돈 버는 법, 공부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시급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불행이 찾아온 순간을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면 그 불행이 계속 삶을 갉아먹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심하게 타던 저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낯을 많이 가려서 외로움은 잘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동네 친구,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동창, 소수의 친한 친구,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 전환도 되고 생기도 생겼으니까요. 막연하게 그런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인생에 불행이 생기면 내 주위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불행해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습니다. 불행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웠지만 내 인생에서 사람들을 앗아갔습니다.


인생의 불행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라는 것을요.  덕분에 잠시 쉴 수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요. 나 대신 잠시 그 짐을 지는 사람은 참 고마운 사람이고 그래서 너무 오래 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요.  내 고통에 휩쓸려 자꾸 의지하려고 하면 결국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을 말이죠.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너진 채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내 불행의 몫을 지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의지할 줄 몰라도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입니다.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버틸 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해결하고 버티는 힘을 기르려면 남의 고통을 조금 져 봅니다. 이 부담스럽고 결국 끝까지 해내지는 못할 일을 해 보는 것은 이 편이 자기 불행을 지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불행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어떤 것이 어려운지 인내의 한계점에서 숨을 고르면서 살펴 봅니다. 혼자라면 버티지 못했을 것들을 어느 순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불행이 몇 번이고 삶을 들썩거려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 어려운 일이 생겨도 사람에게 의지하려 들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연결하며 살 수 있습니다.


내 불행이 크고 아프게 느껴질 때 조금만 눈을 돌리면  고통의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고통의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의 짐을 같이 질 수 있으니까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통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내가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마음을 이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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