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격앙되었을 때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런 모습만 보고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의 기자 회견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이 인간을 얼마나 강력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느낀다.
뇌의 삼위일체 진화 가설에 따르면,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포유류인 인간이 함께 모여 살기 위해서 발달했다. 원시시대에 혼자서 살아가기 불리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힘을 합치고 서로를 지키고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개체와 연대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했는데, 그 기능을 감정이 한다. 맹수를 만나 두려웠고 그 맹수에게 쫓기느라 초조했으며 당한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두려움, 초조함, 분노를 다른 개체에게 전달할 때 인간은 서로 강력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자신들도 그 상황이라면 그만큼의 두려움, 초조함, 분노를 느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연결감은 맹수를 함께 정복하러 가는 행동을 동기화할 수 있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호소하는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의 모습은 억울함을 갖고 살아가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가 입은 가로 줄무늬 셔츠가 매진이 될 정도로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관계가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민대표의 격앙된 모습과 그 격앙됨을 잘 전달하고 있는 여러가지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들이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갖고 있던 억울한 절규에 공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가감 없이 날 것의 감정을 토해놓는 그녀의 모습에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만큼 처절한 억울함이 억압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소통을 할 때 감정에 호소하는 접근은 강력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일로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는 더 유명해졌고 팬들도 많이 생겼다. 단, 강력한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감정적이기만 한 대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전략 없이 맹수를 잡으러 가자고 우르르 덤벼들었다가는 맹수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을 통해 동기화하고자 하는 행동의 방향성,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면, 그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안전한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 지혜로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