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억제는 마음의 병을 키우는 전형적인 생활 습관입니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몸에 병이 걸리기 쉬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감정 억제는 마음에 좋지 않습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이 눌러놓은 감정을 작업합니다. 감정을 부인하거나 억누르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한 공간, 신뢰할 수 있는 대상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믿음, 이렇게 세 가지가 갖춰지면 오랫동안 눌러 놓았던 감정의 마개가 스르르 풀어집니다.
억눌렸던 것이 풀린다니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바로 이때가 마음을 세심히 다루어야 할 때입니다. 감정을 눌러놓은 기간이 길수록, 강한 감정을 눌러놓았을수록 그렇습니다.
심리상담에서 감정을 다룰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올라오는 만큼 모두, 가능한 많이, 쏟아지는 감정을 거르지 않고 다 쏟아내는 것은 마음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올라오는 감정을 모두 쏟아내라고 권유하는 치료법도 있지만 그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마그마에 다치면 이렇게 됩니다.
"상담하니까 오히려 더 힘들다, 마음속이 뒤죽박죽 된 것 같다"
그러고는 상담을 그만두게 됩니다.
오래 눌러놓았던 감정이 터져 나올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감정이라는 하나의 뿌리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담은 주머니들이 달려있습니다. 그 뿌리가 건드려지기 시작하면 그 감정과 관련된 다른 이야기 주머니들이 흔들립니다.
어린 시절 나를 따돌렸던 동급생 이야기로 분노라는 감정의 뿌리가 건드려지면 이내 나보다 언니를 더 예뻐하며 섭섭하게 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 주머니가 스르르 풀려버립니다. 몇 분만에 수십 년간 눌러 놓았던 감정이 봉인해제될 때는 한 번에 하나씩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얼마만큼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적절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상담을 하고 나서 후련하고 편안해졌다면 O.K.
상담을 하고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뒤죽박죽 된 느낌이 크다면 Not O.K. 이야기의 속도와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