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과 태백선

자주 탔던 기차 노선

by 그린로즈
영동선 하고사리역을 지나며


나는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강원도를 떠나야 했던 것 말고는. 특히 산도 높고 깊은 정선에 살면서 기차는 무엇보다 편리한 발이 되어주었다. 고향 묵호에 갈 때나 태백, 제천과 같은 이웃 도시에 가야 할 때 기차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로 어디를 간다는 것은 곤욕을 치르는 일이었다. 1268m의 싸리재(지금은 두문동재로 이름이 바뀜)를 넘어가야 했는데, 구불구불한 도로를 40분을 달려야 벗어날 수 있었다. 태백선 기차를 타면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을 버스를 타면 40분이나 소요되니, 그만큼 산세가 험했던 곳이었다.


기차는 어른이 되어서도 친근한 교통수단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석사에 갈 때도 영주역까지 운행하는 영동선 무궁화호를 타고 갔다. 그리고 가끔 어린 시절이 그리울 때에 다시 정선을 찾아갈 때도 영동선과 태백선으로 이어지는 무궁화호를 타고 찾아갔다.


천천히 달려가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지친 나를 위로해 줬다. 그래서 이제는 목적지 있는 기차여행이 아니라, 그냥 기차 안에서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싶어서 기차여행을 할 때도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나의 시간을 회상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영동선과 태백선 위에 흩어 놓은 마흔의 내 인생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춰보게 된다. 흩어진 나날들이 다시금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나를 위로해 준다. 그렇게 큰 고생하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라 하더라도 삶은 고행이기 때문이다. 고행 같던 삶을 위로를 받고 싶으면, 오늘도 난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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