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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로즈 Feb 22. 2024

영화 같은 삶

영화촬영지 찾아다니기

뉴델리 기차역 2017



 영화를 좋아한다. 한 번 보고 웃고 시간을 때우게 되는 영화말고, 진짜 영화말이다. 그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찾아오고, 또 사진을 담고 싶거나 글을 쓰게 되는 후유증이 있는 진짜 영화말이다.

더 나아가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싶게 만들어주는 영화. 그래서 난 영화같은 삶을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영화촬영지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를 촬영한 장소를 찾아가서 그때 그 감동을 그 장소에서 같이 느끼고 호흡하고 싶어지는.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촬영된 전국의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군산''강진'이 대표적인 장소이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나갔다. 4개월 동안 돈을 벌어 모은 돈으로 유럽으로 한 달간 배낭여행을 떠난 것인데, 그 첫 번째 목적지가 프랑스 파리였다. 파리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비포 선셋>이 촬영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추후에는 <비포 선셋>보다 9년 전에 먼저 개봉된 <비포 선라이즈>가 촬영되었던 장소인 오스트리아 빈에도 찾아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글루미 선데이>의 촬영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냉정과 열정사이>의 촬영지인 피렌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피렌체는 몇 달씩 머물고 싶었던 장소였다. 내가 처음으로 유럽의 도시들 중에서 사랑에 빠졌던 곳이 피렌체이다. 


 아쉽게도 내가 여행가가 아니라 사진가로서 여행지를 찾아가게 되면서 다시는 유럽을 찾아가지 못 했다. 왜냐하면 인도라는 곳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도 촬영된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다. <더 폴>, <다즐링 주식회사>, <김종욱 찾기> 등 참 다양한 영화들이 인도에서 촬영되었고, 인도를 알게 되니 인도에서 촬영된 영화들을 주로 찾아보게 되었다. 


 일명 "볼리우드"라고 부르는 인도영화는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웠다. 인도와 사랑에 빠지더니, 이젠 인도영화까지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빌루 바버>을 선택할 것 같다. 고인이 된 '아르판 칸'이 시골 이발사 "빌루"의 역할을 정말 맛깔나게 잘 했던 영화이다. 그리고 인도의 국민 배우 '샤룩 칸'이 빌루의 어린 시절 단짝 친구로 나온다. 샤룩 칸은 <내 이름은 칸>이란 영화로 잘 알려진 배우이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까지 정말 훌륭한 인도 영화는 참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도 밖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인도가 그리울 때마다 인도 영화를 보면서 그 그리움을 달래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의 매력과 그곳에서 촬영된 영화는 내 삶의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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